고요하고 아름다운 시골 동네에 뭔가가 하나 들어서게 되면 동네가 수런수런 수수밭이 됩니다.

요즘 사업자들은 관련 시군에서 허가절차를 밟는 동시에 마을의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를 찾아서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정도는 잘 압니다. 들어서는 그 무엇이 마을에 이득이냐, 손해냐를 두고 마을 여론은 조금 더 수런거리게 됩니다. 들어서려는 사업장이 공공에 해가 되는 측면이 있는 경우,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해집니다.

일단 사업자는 마을에서 영향력 있는 분들께 향응을 제공하면서, 경제가 어렵다는 데서 출발하여 이 사업장이 완공되면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들에게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설득합니다. 그다지 남 속이지 않고 살아온 시골 마을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도 좋고, 좋은 게 좋다는 인심으로 동의서에 도장을 꽉 눌러 찍어줍니다.

한 켠에서는 의심스런 이 사업장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마을의 안녕과 공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지속적인 공해를 유발해, 온전하게 보전되어온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키게 되는 공해공장이란 것을 곧 알게 됩니다.

“경제어렵다” 의 마수로 접근

이때부터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온순하던 대화는 폭력적 언어로 변하고, 마을과 마을간의 불신과 의심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거친 언어로 장식된 걸개막이 마을 입구에 내 걸리고, 결국엔 고소 고발에 이르게 되어 지금까지의 평화롭던 지역공동체는 순식간에 깨어지게 됩니다.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체를 명확하게 알고 나면 마을 어른들끼리 서로 삿대질하며 싸울 일도 없고 화낼 일도 없습니다. 골프장이 들어서서 마을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진실’입니다. 한낱 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을 지역발전과 연계시키려는 불순하고 무지한 의도부터가 애당초 잘못된 것입니다.

그들은 발전이라는 말만 내걸면 가난한 농군들은 덥석 엎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은커녕 골프장 주변의 땅값이 떨어진 예가 많고, 독성물질의 지속적인 배출로 주변의 하천과 토양이 오염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중의 하나인 골프장에서 베어져 나오는 풀과 잔디는 지정폐기물(특정폐기물)로 분리 수거된다는 사실만 알아도 됩니다.

골프장은 이제 대표적인 공해유발사업장으로 알려져 국토 여기저기서 주민들의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고 있습니다. 식자들은 아예 골프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골프공해공장’이라고도 부릅니다.

합천에서 산청, 함양에서 거제에서 구례, 여주에서 함안, 태안에서 전국 곳곳에서 내 땅 내 농산물 지키기의 마음으로 골프장 반대운동은 오늘도 가열 차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광설을 늘어놓는 사업자의 주장에 비해 주민들의 주장은 너무나 소탈하고 욕심 없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물이, 주변 토양이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고, 공해유발 공장으로부터 공해를 입고 싶지 않다는 당연하고도 단순한 주장입니다.

불신과 의심이 싹트는 시골

무엇보다 골프장은 그들만의 놀이터일 뿐입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놀이까지 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소수의 놀이문화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농민들에게 어떠한 유형으로도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안 되는 일입니다.

지금 경남의 한적한 시골 산 언덕배기마다 골프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장사꾼들이 급작스레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그 비싼 놀이문화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며 잘 되는 모양입니다. 유감히도 그들이 원하는 곳은 하나같이 때 묻지 않은 자연풍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골짜기들입니다. 당연히 땅값이 싼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보루처럼 남은 그곳마저 포기하고 온 국민의 생명줄인 농토마저 야금야금 골프장으로 내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정녕 발전이고, 잘 사는 길일까요.

/윤미숙(거제통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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