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도 이제 본격적으로 민영방송(민방) 시대가 열리게 됐다. 방송위가 지난 11일 PSB부산방송과 UBC울산방송 중 PSB를 경남지역 방송사업권자로 선정,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PSB는 기존의 370만 부산인구에 버금가는 320만 경남을 사업권역으로 편입하게 됐다.

두 방송 경쟁 부추긴 이유

사업권역의 확대는 단순하게 말해, 그만큼 광고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매출증대와 덩치의 확대를 의미한다. 방송위가 경남지역만을 권역으로 하는 독자적인 민방을 허가하지 않고, PSB나 UBC의 권역확대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도 하나의 좁은 도역(道域)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원래 방송위는 PSB와 UBC를 먼저 합병시킨 후, 그 통합민방에 경남의 사업권을 주려했다. 그러나 방송위의 힘이 아무리 좋다 한들 개인회사인 이들 방송사를 강제로 통폐합할 수는 없는 일. 자율 통폐합이 무산되자 둘 중 하나에 경남 사업권을 주고, 나머지 하나는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 이번에 방송위가 공개한 점수에서도 드러났듯 PSB의 선정은 애초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7개 분야 모두에서 덩치 큰 PSB가 이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위기의식은 UBC쪽이 훨씬 절박했었고, 따라서 경쟁과정도 훨씬 공세적이었다. UBC는 본사 전부를 아예 경남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새로 바뀔 방송사 이름에서도 ‘경남’을 앞에 내세우겠다고 천명해왔다.

반대로 처음부터 유리한 위치에 있던 PSB는 느긋한 모습으로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래서인지 경남도민일보가 도내 다른 언론매체들과 달리 경남민방 선정과정을 적극적으로 취재·보도하는 데 대해서도 ‘불편하다’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민방의 수용자가 될 경남도민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더 널리, 더 깊은 논의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경남민방의 상(像)을 만들어내고, 사업권을 희망하는 두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거기에 걸맞은 약속을 내놓도록 하는 일은 도민의 당연한 권리다. 그 과정은 곧 시청자 주권운동이며 방송개혁운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는 지역언론매체와 언론운동진영의 당연한 의무사항이다.

그럼에도 경남도민일보와 몇몇 시민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언론은 그러한 역할을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물론 의제 설정과 취재·보도의 방향은 해당 언론매체의 성격이나 정체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방송의 특성상 민영방송의 경남진입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동종업체에 대한 언론의 오랜 관행이었던 ‘침묵의 카르텔’이 작용한 결과라면 그에 따른 피해자는 경남도민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민영방송’이라는 것은 KBS나 MBC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전파는 그 특성상 누구의 소유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민영이든 공영이든 방송의 공공성을 저버리고 사익의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 일반 개인기업체는 ‘사기업(私企業)’이라 부르지만, 유독 방송사에 대해서만은 그 소유자가 누구이든 간에 ‘사영방송(私營放送)’이라 않고 굳이 ‘민영(民營)’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민영방송은 공적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KBS·MBC와 달리 언제든 ‘사영화(私營化)’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저급한 상업주의로 흐를 가능성이나 소유자본의 방패막이로 전락할 우려는 물론 토호세력의 총본산으로 기능할 위험까지 모두 안고 있는 게 민영방송의 속성이다. 선정 과정에서는 방송위가 무슨 큰 권한을 갖고 두 방송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앞으로 PSB가 SBS에 버금가는 대형 민방으로 터를 잡고 나면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서울의 1000만 시청자와 경남·부산의 750만을 봐도 충분히 그럴만 하다.) 그것 또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의 속성이기도 하다.

PSB 감시 늦추지 말아야

PSB로 최종선정이 됐지만, 이 민영방송사가 지역의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언론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될지, 아니면 기득권 세력이나 자본의 나팔수 노릇을 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앞으로도 감시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경남도민일보와 언론운동진영의 역할이자 도민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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