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였던가? 작년 4월 경상대와 창원대는 통합양해 각서를 체결로 전국의 언론과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은바 있다. 통합양해 각서 체결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국립대학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갈 듯한 판을 벌여놓았던 것이다. 경남도 이제는 전국의 어디에 내놓아도 아니 세계 속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대학이 탄생된다는 희망을 부풀려 놓았다.

그 출발은 그렇게 화려하였으나 양 대학은 상대방의 뒤통수에 삿대질을 하며 통합무산의 책임을 서로 탓하는 어처구니없는 결말을 보고 말았다. 서로가 힘을 모으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각자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힘든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소위 최고 지성의 집단이라는 대학이 집단이성의 빛을 발하기는커녕 집단의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집단의 오류로 도약 포기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신에 대한 진단과 평가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한 장래의 설계와 실행이 충실히 이루어 질 때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와 소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경상대와 창원대는 각자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인지도와 소위 브랜드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언론으로부터의 주목도 별로 받지 못하였으며 경남이라는 지역사회에 대해서도 다른 지역의 대표적인 국립대학과는 달리 일체감을 주지 못하였다. 전국 대부분의 광역시도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이 있고 그 국립대학은 해당 지역주민으로부터도 상당한 일체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남은 어떠한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양 대학의 태생적 한계로 어느 대학도 지역의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도토리 키재기 식의 소모적인 경쟁만을 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양 대학 통합논의의 시발은 바로 이러한 진단과 평가에 근거했을 것이다. 통합은 양 대학이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여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장래의 새로운 설계이다.

도움 안되는 자존심 버려야

양 대학의 장래를 위한 새로운 설계를 구상하는 통합논의가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종결선언에 이르기까지 두 가지 측면에서 마뜩치 않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접근방법상의 문제이다. 새로운 설계는 현재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타협과 협상의 접근방법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오히려 빅뱅과 같은 사고가 논의의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대학은 기존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타협과 협상에만 매달려 일을 그르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빅뱅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더라면 통합의 목적에 보다 충실한 접근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다시 말해 빅뱅적인 사고를 가지고 통합에 임하였다면 통합무산의 빌미가 된 대학본부와 단과대학의 배치문제에 대하여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양 대학이 갈등상황에 있을 때, 조정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합이 단지 양 대학만의 문제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의 대학은 지역사회를 위한 지식과 문화를 창출하고 이를 확산하는 원천이다. 그리고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대학, 지역의 기업들이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할 때, 지역사회는 자생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논의과정에서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의 인사들이 통합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독려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통합은 양 대학의 장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여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막다른 수단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통합의 길을 벗어나 각자가 원활한 생존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만큼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통합논의 실마리를 다시 한번 찾아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시원(경상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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