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생각]교사평가제에 반대하는 교사입니다

이 글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한중권 마창진지회장이 기고한 '교사평가제 반대하는 교원단체, 어떻게 봐야할까' 라는 기사에 붙은 댓글입니다.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은 대체로 3가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듯합니다.

첫 번째는, 부적격 교사에 대한 분노입니다. 부적격 교사는 당연히 퇴출해야죠. 그런데 지금의 제도로는 부적격 교사를 퇴출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부적격 교사의 기준이 뭐냐가 문제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님께서 말씀하시는 부적격 교사란 성추행, 비리 등을 비롯한 비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 교사를 말씀하신다면 더더욱 의지의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교육의 질 향상입니다. 그런데 2003년 PISA 결과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보면 교원평가를 실시한 나라가 오히려 교육파탄을 겪으면서 교육의 질을 더욱 떨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입니다. 영국은 교사를 수입하기까지에 이르면서 교육계의 이직율이 높고, 그로 인해 교육 불안을 더욱 가져왔습니다. 그에 반해 교육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교육계의 안정적 구축이 되어 PISA에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내었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도 PISA 결과는 상위권에 속하는 우수한 나라였습니다.

   
세 번째는 교직이 철밥통이라는 시기(물론 그렇게 얘기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에서 비롯되어 보입니다.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파고 앞에 안정적 직장이란 게 없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체 노동인력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일 만큼이나 많은 노동인력이 비정규직이라는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역설적으로 교직은 건강한 의미에서 철밥통이어야 합니다. 교원의 안정적 지위가 교육 발전에도 도움될 뿐만 아니라 교직의 안정적 보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 풍토를 갈아엎기 위한 주춧돌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하는 문제이지 결코 시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 교사는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의견은 사실 무근이고 위에 글을 쓰신 분도 이미 알고 계시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교원평가에 교원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의 교원평가의 도입 의도가 결코 순수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은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였습니다. 비정규직화, 경쟁의 심화, 빈부 차별의 극대화 등에서 보여지는 일련의 정책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깊은 관련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도 산업이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이윤 생산을 하라는 얘기입니다. 이 말보다 시장주의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교육을 산업이라 얘기함으로써 대통령 스스로 얼마나 교육에 대해 무지한가를 말하지 않았던가요.
 
저는 교육은 산업이 아니기에 경쟁과 선별의 원리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통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노동이 어찌 산업과 자본의 논리로 덧칠될 수 있습니까.

교원평가라는 말을 님께서는 너무 순수하게 보시는 듯합니다.
교원평가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교원단체가 여론이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반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교원평가가 결코 순수하지 않기에, 이 사회에 만연한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구조조정과 깊은 관련이 있기에 우리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이지 결코 이기주의는 아닙니다. 냉철하게 다시 한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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