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2월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을 넘긴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인구 4874만 7000여 명에 47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갓난아기를 빼고는 온 국민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뜻이며, 심지어 2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4년 '카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이동통신이 도입된 지 26년 만의 일이다.

휴대전화는 10년 전만 해도 드물어 버스 같은 데서 과시하는 '난데족'이 등장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보편화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 생활도 많이 변했다. 도시 곳곳의 공중전화는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옛날에는 누구나 하나 가지고 있고, 길거리에서는 다 쓰고 버려진 공중전화 카드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카드를 가진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카드만 없어진 것이 아니다. 손목시계, 알람시계 등이 보기 어려워졌다. 어떤 시계보다 정확하고, 정확하게 울려지는 알람, 스톱워치 기능까지 있는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휴대전화는 우리 생활에 무엇보다 중요한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휴대전화는 단순히 전화의 기능, 시계의 기능뿐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로 TV를 볼 수 있게 된 일도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에는 아이폰이나 옴니아 같은 스마트폰 이용이 크게 늘었다. 컴퓨터가 없어도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통화도 그냥 말만 주고받는 통화가 아닌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화하는 화상 전화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휴대전화 때문에 예전에 없었던 습관도 생겼다. 통화할 때 첫마디는 "여보세요?"가 아닌 "어디야?", "웬일이야?"로 바뀌었다. 발신전화 번호가 뜨기 때문에 전화도 골라서 받는다. 중·고등학생들은 습관처럼 하루에 수십, 수백통씩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동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진동을 느끼게 되는 경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습관도 생겼다. 심지어 생일축하 카드, 크리스마스 카드, 연하장을 모두 휴대전화 문자로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처럼 그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종이카드나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편지는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휴대전화가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면도 많이 생겼다. 매번 국가 중요 시험이나 학생들의 학교 시험 때는 어김없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생겼고 가족 간의 대화,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기계와의 소통이 익숙해져 버렸다. 특히 휴대전화기로 TV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단체 모임에서도 예전처럼 그렇게 한마음으로 뭉치지 못하고 중요 경기 중계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거나 채팅을 하는 사람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일까지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기계가 끼어들면서 소통이 깊이는 얕아지고, 오프라인에서 마주보고 앉은 사람 사이의 소통마저도 방해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에는 앞에 앉은 사람이 먼산보기 하거나 지루해 한다면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라도 할 수 있는데, 이제는 뭔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도 앞에 앉은 사람이 중요 뉴스를 시청해야 한다거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끔 '과연 옛날 사람들은 이런 휴대전화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만치 편리해진 장면이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그에게 맞게 단점도 따르는 법이다. 이제 휴대전화와 현대인들은 불가분의 관계다.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될지 아니면 우리 생활의 걸림돌이 될지 남은 과제다.

/김진용(독자·진주시 상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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