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모아 국회에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국회 법사위에 사형제 폐지 특별 법안이 심의 중인 가운데 나온 인권위의 결정이 과연 법안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인권위의 결정은 극소수 사형수들의 인권문제로 국한하여 보기는 어렵다. 현재 사형 확정된 죄수들의 형 집행은 199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되는 사람의 수도 극소수인 59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형수는 반사회적인 흉악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인권을 과연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반대여론도 시중에는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즉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사람들에게마저 국가가 이들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찬반양론이 지닌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를 지양하고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국민 주권론은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이다.

국가는 국민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주권재민주의 사상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계층, 신분, 종교의 차이와 무관하게 국가는 국민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기본이다. 국가권력이 국민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에는 민주주의 정치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국가권력이 정상인과 조금 다른 소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위협을 가하는 일은 국가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즉 소수자의 인권을 국가가 등한시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인권위는 사형제도 폐지의견을 내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비단 사형수들만이 아니다. 경제적인 궁핍 때문에 인격적 자존마저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빈민, 의무징병제도 때문에 사실상 모든 청년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쳐 가는 군대에서 당하는 인권 유린은 대표적 보기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좀 더 진전하기 위하여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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