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자급율 낮은 서울·경기도 전력 공급에
정부 국가기간전력망 73조 원 넘게 투입해
지방의 반복적 희생…제2 밀양 사태 볼텐가

기본소득당·녹색당·사회민주당·정의당·조국혁신당·진보당의 전북특별자치도당이 20일 전북도의회에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초고압 송전탑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녹색당·사회민주당·정의당·조국혁신당·진보당의 전북특별자치도당이 20일 전북도의회에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초고압 송전탑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밀집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려 비수도권 지역이 희생되는 데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계획한 총연장 3885㎞ 규모 국가기간전력망이 관통하는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기구까지 설립됐다. 제2의 밀양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다시금 확산하는 셈이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녹색당·정의당 전북도당은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원회 제안을 받아 11일 공동대응기구를 꾸렸다. 정부 계획을 보면 전북 전역이 345㎸ 초고압 송전선로의 직·간접 영향권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범야권은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 지방이 반복적으로 희생되고 있다. 수도권 중심 전력 공급 구조를 유지한 채 송전망만 확충하는 방식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에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국전력은 5월 전기위원회를 열어 2038년까지 적용할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을 확정했다. 호남과 수도권 사이 ‘초고압직류송전’ 체계를 운영하고자 계통을 재구성하고, 영호남에 있는 핵발전소 전력을 송전하고자 72조 8000억 원을 투자한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남아도는 전력을 수도권, 특히 용인 등 반도체 집적단지에 송전하겠다고 약 7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난달 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확충위원회에서 345㎸ 초고압 송전선 70개 노선과 변전소 29곳 등 총 99개 사업을 국가 기간계획으로 확정했다. 호남에서 충청을 거쳐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송전망 신설 구상이 포함된 이번 계획은 2036년까지 추진되는 전력 인프라 확충의 핵심 사업이다.

경찰이 2014년 6월 11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129번 움막을 철거하고 있다. 129번 움막에서 알몸인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경찰이 2014년 6월 11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129번 움막을 철거하고 있다. 129번 움막에서 알몸인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지난해 수도권 전력 생산량을 보면 서울은 5816GW, 경기도는 8만 8936GW였다. 하지만 소비량은 서울이 5만 352GW, 경기는 14만 3302GW로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크게 부족했다. 자급률로는 서울은 불과 11.6%, 경기는 62.1%였다. 반면 지난해 전력 자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으로 228.1%였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량 두 배 이상을 생산했다. 또 전남이 213.4%, 충남이 207.1%, 부산은 169.8%, 경남이 125%였다. 서울과 경기지역 기업과 공장들이 돌아가려면 영호남 등 다른 지역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하는 구조다.

정도상 조국혁신당 전북도당 위원장은 “전력·산업 정책은 국민 안전과 지역 균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대규모 산업 전력을 장거리 송전망으로 충당하려는 방식은 지역 격차와 에너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전권희 진보당 전북도당 위원장도 “용인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해 비수도권에 장거리 송전망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지역 주민과 농민·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송전선로 건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2단계 사업 입지 관련해서도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 중심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RE100(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한 생산) 산업단지 체계가 에너지 정의와 균형성장의 핵심 해법“이라며 “국가가 전력 정책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지역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공약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인만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이 문제에 미온적이다. 전북도는 주민 간담회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고, 지역 국회의원도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와 야6당은 정부 계획이 현행대로 추진되면 지역 농업, 생태계 주거지 훼손 등이 불가피하다며 △국가전력망 계획 전면 재검토 △송전탑 건설 중단 △분산형 에너지 체계 논의 착수 △반도체 산단 2단계 사업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 이전 등을 요구했다.

이정현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지방 희생을 전제로 한 전력 정책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산형 에너지 체계 전환을 위한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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