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8개 권역서 토론회
시도민·전문가 1000명 참여
수도권 일극 체제 대응 강조
재정 권한 확대가 핵심 과제로
상생기구·재원, 지역소외 해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경남·부산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29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 중부권 토론회가 창원·함안·창녕·의령지역 도민과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토론회는 올 7월부터 부산 원도심을 시작으로 경남에서는 양산(동부권), 진주(서부권), 통영(남부권) 등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경남·부산 8개 권역별 토론회 중 마지막 순서였다.
공론화위는 그동안 시도민 1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앞으로는 시도민 인지도 조사를 진행하고, TV 토론회와 숙의 토론회, 시군 순회 설명회 등 온·오프라인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수렴한 의견은 공론화 의견서에 반영하고, 이 의견서는 시도시자에게 연말까지 전달한다. 공론화 토론회에서 나온 행정통합 필요성과 쟁점 등을 되돌아봤다.
◇수도권 일극 체제 깨는 고육책 = 경남·부산, 대구·경북, 대전·충남 등 행정통합은 모두 단순히 광역자치단체를 합치자는 개념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려면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교육·문화 권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공론화위 정원식 공동위원장(경남대 명예교수)은 개회사에서 "이상기후로 폭염이 지속하고 있는데, 자연 생태계가 균형을 잃고 파괴됐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 국토 공간이 이렇다. 수도권 일극 중심이 너무 지나치고, 부산과 경남에 있어야 할 청년은 연간 1만 명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균형을 이뤄야 상생이 된다"며 "수도권에 대응할 성장축으로, 부산과 경남에서 중지를 모아 행정통합을 이룩하고자 모였다"고 덧붙였다.
이후 행정통합은 기본계획 수립, 통합자치단체 설치 특별법 제정, 지방의회 의견 청취·주민투표 단계를 거쳐 추진할 수 있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창술 경상국립대 스마트유통물류학과 교수는 "대전·충남은 특별법안을 만들어 앞서가고 있다. 판교까지 내려오던 연구 인력이 충남에서 멈출 수 있고, 경남·부산에서도 충청권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며 "우주항공청 신입 사무관 3지망 내 지원이 제로(0)였다고 한다. 부산-경남 통합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민지 경남연구원 행정체제팀장은 "일자리 수도권 집중도는 일본 30.8%·프랑스 23.5%인데 우리나라는 58.5%"라면서 "원래 한 뿌리였던 부산·울산·경남은 고도 성장기에 1963년 부산, 1997년 울산으로 분가했으나 지금은 전략적인 합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역 통합지방정부 '완전한 자치권' 목표 =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는 "행정통합이 부산과 경남 두 자치단체를 합치는 영역 확장에 그치면 의미가 없다"며 "중앙 집권화가 지역 인구 감소를 가속화했다면, 자치권을 크게 해줄 때 스스로 일어설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주요 산업 육성, 지역 개발 등 분야 권한을 통합지자체 조례로 제정할 수 있게 하고 현행 대통령령, 행정·입법 권한들도 통합지자체로 줌으로써 지역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갖고 미래를 향한 탈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팀장은 "단순한 물리적 통합만으로는 효과가 커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수도'라는 비전이 있고, 제주·강원·전북 등 현 특별자치도보다 큰 완전한 자치권이 있는 광역 통합지방정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정부 재정권과 입법권을 가져오면 좋지만, 수도권 국회의원들도 있어 헌법 개정까지는 어렵다"며 "과도기 단계로 행정구역 광역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고, 정부에게서 가져올 여러 권한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권한 확대가 핵심 = 통합자치단체 재원 마련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안 대표는 "국세는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이양을 제안한다"며 "현재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는 도세이고 팔 때는 정부로 내는 구조인데, 선진국은 양도소득세가 모두 지방세이다. 부가가치세는 50%를 지방소비세로 함으로써 통합지자체 재원 마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내 10개 군 지역 사회복지 재원이 굉장히 중요한데, 복지사업은 지방정부가 매칭을 하게 돼 있어 지방비 부담이 2010~2024년 75%가 증가했다"며 "지방비 매칭을 줄임으로써 지역 스스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1943년 도쿄 시내 23개 특별구와 그보다 넓은 면적의 도쿄부 39개 시정촌이 합쳤다. 중심부에서 끄트머리까지 70㎞인데 광역철도로 다 연결해놓았다"며 "교통 체계만 잘 갖춰도 주변과 도심지역이 생활권을 공유하며 상생 구조로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도쿄도에는 시정촌을 위한 총합 교부금제가 있다"며 "부산-경남 행정통합 이후에도 국세 이양과 지역 재정 특례를 강화해 소멸 시군을 위한 통합교부금제를 신설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정통합 부작용 보완책도 고민해야 = 경남 안에서도 창원 등 대도시로 경제와 산업이 편중돼 있고, 통합 이후 농촌지역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우려도 있다. 광역 교통망이 확충되면 의료·교육 등 인프라는 권역 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농촌 인구 감소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토론회에서 주민들도 이 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한 창녕 주민은 "5~10년이 흐르면 당연히 창녕과 의령 등은 인구가 감소할 것이고, 시군 통합 등 난제도 예상된다"며 "군민 행정과 교통 등 불편을 해결할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창원 주민은 "통합이라는 행정적 목표만 중요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람들이 머물게 하는 대책이 있어야 하고, 지역 정체성과 명칭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 교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토론회에서도 기초자치단체가 어떻게 될지 우려가 컸다"며 "결국 비수도권 지역 인구 30만 명 규모 시군 통합도 재정 권한을 강화하고 자족 기능을 갖추면서 인접지역과 상생하는 구조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2~3개가 합쳐도 자족 기능을 못 갖추는 통합은 해봐야 효과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쿄도 39개 시정촌은 상하수도 사업 등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은 도쿄도에 위탁해 처리한다"며 "대구·경북 특별법 초안에도 10년간 SOC(사회간접자본)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례를 담아놓았다"고 덧붙였다.
서민호 경남도의원은 "부산은 글로벌 해양 금융도시로, 창원은 글로벌 방산기계 산업도시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산권과 연계가 강화된다면 현재 근교농업 틀을 한 단계 끌어올려 부산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농업,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또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강원·전북특별자치도), 메가시티(특별자치단체) 언급도 있었다.
윤 교수는 "부울경 메가시티나 행정통합은 논란거리가 아니라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면서 "권역 내 지역 불균형 보완책이 필요한데, 기초지자체 간 상생 기구를 설치하고, 재정 특례로 확보한 예산은 상생특별발전 재원으로 삼아 소멸지수가 높은 지역에 우선 배정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을에는 주민자치권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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