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 298명 중 180명 표결, 찬 178명-반 2명
공영방송 이사 늘리고 추천 권한 단위 확대해
사장 선임도 국민 추천, 편성위 노사 동수 구성
방송에 정권 입김 ↓…민주 "당내 반대 속 결단"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수를 늘리고 그 추천 권한을 다양화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법안 처리를 둘러싼 무제한 토론을 활용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종료시켰다. 이후 표결 끝에 재적 298명 중 180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78명, 반대 2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방송공사법과 ‘방송 3법’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추진하는 ‘언론개혁’ 핵심 법안이기도 하다.
법안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그 구성에 국회 추천 몫을 줄이는 게 골자다. 이사 추천에 방송사 임직원·시청자위원회·언론 관련 학계·시민사회단체, 유관 변호사 단체 등 다양한 외부 주체의 인사 참여도 대폭 확대한다. KBS 이사 수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 수는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늘린다.
국회 몫은 기존 100%에서 40%로 축소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이를 토대로 정치권이 방송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던 기존 구조를 바꾸고, 다양한 사회적 시각과 시민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사정 선임 과정도 국민사장추천위원회(100명 이상 공개 구성)가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또 방송사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고, 주요 보도책임자 임명 시 해당 부문 종사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해 방송 현장 목소리가 정책과 인사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KBS·MBC·EBS 이사를 3개월 내 재구성해야 한다. 방송법 개정안은 과거에도 국회를 한 차례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의 부결로 시행이 무산됐었다. 이번에 통과한 법안에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방송법 개정안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다양한 외부 인사와 시민사회의 참여가 정치권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천 방식이 형식적으로 다양해져도 실제 참여 단체나 인사의 편향성이 크면 되레 민주당 성향 인사들만 이사회에 포진할 수 있도록 우려한다. 편성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과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제도 현장 실무자와 시민사회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시각과, 이와 달리 특정 노조 또는 단체 영향력이 과도하게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주장이 맞선다.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신동욱(국민의힘·서울 서초 을)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1980년대 언론통폐합에 버금가는 목조르기법”이라고 주장하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와 사장추천위원회 신설이 특정 세력에 의한 방송 장악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노종면(더불어민주당·인천 부평 갑)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하면 어떤 정치권력도 KBS 사장을 마음대로 뽑을 수 없다”며 “심지어 민주당에서도 방송법을 꼭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빨리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안 통과 후 국회는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다시 필리버스터 대치를 이어갔다. 다만 이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라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날 자정에 자동으로 종료됐다.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표결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은 21일 이후 본회의에서 순차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1~24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4개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사용자 단체 등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은 충분한 숙의가 이뤄진 만큼 추가 논의는 필요 없다고 본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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