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리하는 광장 의제]
경남광장시민연대, 사회대개혁 요구
노동자·농민·여성·성소수자·장애인
진보 담론 이어가는 민주노동당
광장 주역 2030세대 여성 강조한
성평등·안전 실현 의제 산적해
지역소멸 해법·청년 정책 호소
2024년 12월 3일 민주주의는 한순간에 크게 후퇴했지만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광장에 선 시민들은 위헌적인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파면시켰다. 이어서 투표로 주권자 힘을 보여줬다.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광장을 공론장으로 만들었다. 지난 180여 일 동안 광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다시 정리한다. 새 정부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경남광장대선시민연대가 추려낸 사회 대개혁 의제 = 경남광장대선시민연대는 대선 기간 광장에서 분출된 목소리를 모아냈다. 이들은 4월 28일 창원광장에서 경남광장대선시민연대 창립대회를 열었다. 내란 세력을 청산하려면 정권교체가 절실하고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연합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남광장대선시민연대 1차 목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정권교체였다. 대선 이후에는 경남 정치 구도를 진보 민주 세력으로 변화할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보수세가 강했던 경남 지역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포부였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에 사회대개혁 과제를 전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독재 회귀 없는 민주적 법과 제도 △전쟁 없는 평화 체제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정치 개혁 △불평등 해소와 안전한 국민 생활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 실현 △지역별 의제까지 6개 범주로 모아냈다.
경남광장대선시민연대는 3일 부문별 대표자끼리 만났다. 이들은 광장의 요구를 계속 전달하는 일에 뜻을 모았다. 이번 선거에서 경남 지역은 51.99%(112만 3843표)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줬다. 이 후보는 39.40%(85만 1733표)를 얻는 데서 그쳤다. 이대로는 지역 정치지형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하 경남광장대선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국민의힘이 계엄을 해서 하게 된 조기 대선인데도 경남 지역 득표율은 국민의힘을 능가하지 못했다”며 “광장의 힘이 지방선거까지 갈 수 있도록 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소수 정당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장 시민이 제시한 사회대개혁 의제를 이대로 덮고만 있지 않겠다”며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광장에서 나온 여러 목소리를 정책화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우리도 사회대개혁 의제를 이재명 정부에 반영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진보 담론 놓지 않은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당 최종 득표율은 0.98%(34만 4150표)에 그쳤지만 의미는 있었다. 민주노동당 전신인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이 힘을 합치기 위해 사회대전환연대회의를 만들었다. 진보정당 안에서 경선 과정을 거쳐서 단일 후보를 내고 대선을 완주했다.
3일 오후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는 1.3%로 예측됐다. 목표치였던 3%의 반도 못 미치는 결과였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해 밤사이 10억 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탄핵 광장의 주축이었던 20·30세대 여성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규정하면서 민주노동당은 진보 성향 유권자에게 선택지를 넓혀주기도 했다. 권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대선 과정에서 나온 여성 혐오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선거가 끝나고 나서 “노동자, 농민, 여성, 자영업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그리고 기후 정의. 우리가 대변해야 할 존재들과 다시 시작하겠다”라며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가장 앞장서 왔던 진보 정치가 앞으로도 가장 선두에 설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소수자·여성의 목소리 담은 의제 = 이번 대선에서 성평등 정책은 잘 보이지 않았다. 2030세대 여성은 광장의 주역으로 평가받았으나 점점 외면당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불만은 터져 나왔다. 여성단체에서는 성평등 정책의 실종을 지적하면서 여러 의제를 전달했다.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등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서 대통령 후보자를 향해 성평등 공약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돌봄권 보장 △청년 여성 생존권 보장 △성평등 일터 △안전한 일터 △노동법 개선 등을 주장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14일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과 시민주권, 여성 정치 세력화, 돌봄, 안전까지 5개 주제를 놓고 의견이 오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동의 강간죄 통과, 육아휴직 의무화, 남녀 급여 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 공천 확대 등 성평등 의제들이 제시됐다.
아쉬움 속에서도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새 정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까.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내각 구성’에 주목했다. 그는 “새 정부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각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각 구성과 정부 부처 장관 임명에서 성별과 연령별로 인재가 고르게 등용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지역 청소년·청년이 바라는 정책 =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도 나왔었다. 경남청년유니온은 지난달 6일 경남 지역 14세부터 39세까지 청년을 모아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었던 청소년과 청년들은 13가지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현욱(20) 씨는 “윤석열을 파면하고, 다시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청년의 이야기가 오가는 역사적인 자리였다”라며 “여러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지방소멸과 교육, 역사 왜곡, 청년정책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지훈(37) 씨는 지역소멸을 주제로 토론회에 참가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수도권으로 가야만 볼 수 있어서 지역에서도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지역에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면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청년유니온은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직속 균형발전위원회에 원탁 토론회 결과물을 전달했다. 이들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차등적으로 지방에 지원하고, 수도권 인프라를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전해달라는 요구도 전달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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