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정치 지형 바꾸려면...어떻게?
정치 지형 교체...도정-지방자치 개혁으로도 이어질 것
지자체장-지방의회 선거 제도 방식 바꿔야
민주진보세력 연대에 우려 표하는 목소리도
광장 시민들은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희망하던 정권 교체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불법 계엄을 지지하는 세력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계엄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합니다. 광장 시민은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 세력 교체까지 이를 수 있을까요. 경남정치개혁광장시민연대(이하 광장시민연대)가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들은 답을 구하고자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에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연대체로서 출범을 선언했습니다.
경남도민은 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39.4%의 표를 줬다. 경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얻은 역대 득표율 가운데 최고 기록이었다. 거제(47.50%), 김해(47.89%)에서도 이 후보가 앞서기는 했으나 경남 안에서 이 후보 득표율이 과반을 넘기는 지역은 없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경남에서 51.99%를 득표했다. 거제와 김해를 제외한 지역에서 앞섰다. 합천에서만 70.47%를 얻었다. 양산(46.65%), 진주(55.49%)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60%대 득표율을 보였다.
광장시민연대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활동하면서 경남의 정치 지형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경남은 수구세력의 텃밭으로서 내란 상황에서도 정치적 기반이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경남에서 국민의힘 텃밭을 허물어야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진보·민주적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세력 교체는 선거로 = 광장시민연대는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들은 27일 토론회를 열어 머리를 맞댔다. 석영철 경남정치개혁광장시민연대 준비위원이 ‘경남 정치개혁과 민주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조 발제를 준비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8~22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51.4%를 기록했다.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부울경 50.7%, 대구·경북 35.1%로 나타났다. 부울경 지역 지지율은 전국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오랜 기간 경남 지역 정치를 장악했던 만큼 조직적 뿌리가 깊고, 선거 시기에 강력한 결집을 보였던 점도 짚었다. 석 준비위원은 현재 국민의힘이 달라진다면 다시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광장시민의 요구가 조직화된 집단의 힘으로 발현되지 못하면 기존 보수 양당 구도 속에서 또다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현실도 인정했다. 조직화된 집단의 힘을 진보정당 힘으로만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민주 세력 힘이 분산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석 준비위원은 “경남에서 진보민주 세력이 힘을 모아 국민의힘을 청산하고, 경남의 정치 세력을 근본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정치 세력 교체는 국민의힘과 보수정당 일색으로 구태의연했던 도정과 지방자치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제도 개혁 방법은? = 정치 세력 교체가 가능해지려면 제도 개혁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광역의회 소선거구제 단점을 지적했다. 한 선거구에서 1인을 선출하는 방식은 지역 대표성을 강조하는 장점이 있지만, 민주적 대표성과 형평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승자독식 선거제로 극단적 대치 구조를 형성하는 부작용도 있다. 지역 인맥과 연고 정치가 강화되면서 정책과 공약, 인물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도의회는 국민의힘이 의석 93.75%(60명)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25%(4명)에 불과하고 소수 정당은 의회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무투표 당선도 흔하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당선자는 3859명으로 집계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선자가 전체 93.6%에 달한다. 이 가운데 12.5%(483명)는 무투표 당선자였다.
이 사무총장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3~4명의 광역의원을 선출할 수 있도록 중선거구제로 개편해 지역 제1당의 압도적 절대다수 구조를 깨야 한다”며 “제2당, 제3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가 지방의원 선출에 반영돼야 하고, 정당별로 1명만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소수정당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기초의회 비례대표 제도 개혁도 주문했다. 특정 선거구에서 한 정당이 100% 의석을 차지하거나 무투표 당선으로 입성하는 사례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령·함안·남해·함양·산청군의회 비례대표는 1명 선출하는데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양당 지배와 지역 구도에 따라 무투표로 당선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용한 진보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 의원 정수를 3명 이상, 5명 이하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안은 진보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이 7월 30일 공동 발의를 진행한 상태다.
광역·기초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도 주장했다. 광역과 기초단체장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받는 당선자가 나오도록 한다면 민주주의 대표성도 강화된다는 의견이다. 유권자가 1차 투표에서 정치적 선호에 따라 투표하고, 2차 투표에서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투표를 진행하는 식이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중을 50%까지 늘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제안도 내놨다. 청소년 정치 참여를 전면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만 16세로 하향하는 안도 나왔다.
조 사무처장은 “선거 때마다 선거 제도에 대한 토론과 논쟁, 대안 제시가 많이 이뤄지지만 정치권 대응은 항상 늦다”며 “올해 하반기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속도 있게 논의하고, 국민적 논의로 선거제도를 조속하게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명한 진보정당도 필요 =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는 상황에 맞서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지향을 선언을 했고, 한국 사회 전체가 이전보다 보수화된 분위기 속에서 개혁이 가능하려면 진보정당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노동자 민중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왼쪽에 확실히 자리 잡아야만 정치적 균형과 다양성이 보장된다”며 “국민의힘 세력을 약화시키는 정치적 연대는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가지면서 소수 정당을 무시하고 자기 입장만 관철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돼야 국민의힘도 제대로 견제하고, 민주당이 중도파로서 입지를 넓히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제 좌파의 필요성과 입지를 보장해준다면 민주당을 향한 불필요한 왜곡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장시민연대가 표방하는 ‘민주진보 세력’이라는 집단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민주 세력의 집권이 진보 세력의 성장과 정비례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석 준비위원의 기조 발제에서 진보세력의 역할과 역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백아형 정의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은 “진보 세력의 역할은 민주 세력의 당선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것에 있다”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에 과도한 위임을 한다고 해서 민주주의 역량이 강화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정 정당과의 선거 연대가 광장 시민의 요구에 들어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이 진보인지, 무엇이 사회대개혁인지를 광장의 시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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