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벽보 등 훼손 범죄 반복
심지어 사전투표 공고문 훼손도
범죄 증가세에도 벌금형에 그쳐
경남에서 21대 대통령선거 벽보와 펼침막 훼손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전투표를 ‘불법선거’로 규정한 방해도 벌어지고 있다.
창원시마산회원구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7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홈플러스 마산점 앞에 부착된 21대 대선 벽보가 훼손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벽보로, 사진 속 눈과 코 부위를 불로 지져 훼손했다. 선관위는 주변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공직선거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거 벽보, 펼침막 등 선전시설을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 원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실제 지난 14일 산청군 시천면에 설치된 이 후보 펼침막을 훼손한 혐의로 50대가 입건됐다. 같은 날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에 설치된 이 후보 펼침막도 훼손돼 60대가 조사를 받았다.
심지어는 사전투표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방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제보에 따르면, 선관위에서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에 설치한 A3 정도 크기 ‘사전투표소 설치 공고문’이 A4 정도 크기 용지 1장으로 일부 가려졌다. 누군가 황색 테이프로 고정한 용지엔 ‘사전투표 금지’, ‘사전투표로 불법선거 조작’, ‘6월 3일 당일선거 바람’ 등 문구가 빨간색 필기구로 쓰였다.
이번 조기 대선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한 이유로 주장했던 이른바 ‘부정선거론’ 영향을 받은 선거 방해 행위로 보인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사례를 확인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벽보, 펼침막 훼손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전시설 훼손 규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선거 벽보, 펼침막 훼손 등 범죄는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가장 최근 선거인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때 경남경찰청은 135건 256명을 수사해 61건 93명을 검찰로 넘겼다.
이때 수사 대상 6.6%(17명)가 펼침막, 벽보 훼손이었다. 2020년 21대 총선 때는 4명으로 325% 증가한 셈이다.
경찰청은 지난주까지 이번 대선 벽보, 펼침막을 훼손한 혐의로 690명을 적발해 12명을 검찰로 넘겼다. 1명은 구속됐다.
선거를 방해하는 벽보, 펼침막 훼손 행위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벌금 12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에서 교육감 보궐선거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무인 판매점 과자 절도 혐의와 함께 내려진 판결이지만 벌금에 그쳤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온라인 공개하는 ‘전국법원 주요 판결’ 기준으로도 선거 벽보 등 훼손 사건은 벌금형에 그쳤다.
창원지방법원은 2017년 차 열쇠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벽보 사진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ㄱ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비슷한 시기 칼로 문 후보 벽보를 그어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ㄴ 씨에겐 벌금 70만 원이 선고됐다.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재물손괴 선고형을 결정할 때 양형기준이 감경 요소가 있어도 6개월 이하 징역인 점에 비춰, 선거 벽보 등 훼손 범죄에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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