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침엽수립 비중 높아...경북, 강원 다음
'불 취약' 소나무 경제적 이익에 대거 조성
전문가 "불에 강한 활엽수 섞어 숲 만들어야"
"산주, 지역민도 숲 경제적 이용 대신 보호를"
3월 21~30일 10일 동안 이어진 산청·하동 산불이 대형화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침엽수가 확산 중심에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활엽수와 내화 수종을 적절히 섞어 산림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산주를 비롯한 지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침엽수림 비중 높은 경남 = 전문가들은 산청·하동 산불이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의 숲 구성에 피해가 더욱 컸다고 진단했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경남 산림 면적 비율은 침엽수림이 45%, 활엽수림이 26%, 혼효림이 25%, 죽림·무립목지가 4%였다.
국내 침엽수림 비중이 높은 지역은 경북으로 55만 7000㏊(헥타르)였다. 이어 강원(43만 9000㏊), 경남(31만 3000㏊) 순이다. 이들 지역은 최근 몇년 사이 대형 산불을 겪었다.
박은식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실제로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산불에 취약하고 소나무 송진도 불을 증폭하는 기름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평균 1.4배 더 뜨겁고 불이 지속하는 시간도 2.4배 길다.
산림청 2020년 기준 전국 산림 주요 수종 현황을 보면 소나무는 전체 면적의 20%를 차지해 단일수종 중 면적이 가장 넓었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가 이렇게 많이 심어진 이유는 뭘까.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산청·하동 산불구역은 1970년대에는 민둥산이었다”며 “당시 산림 복원이 빠르고 농촌 연료, 산업 자원으로 탁월한 소나무 심기를 권장하면서 오늘날 불에 취약한 숲이 조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나무 묘목은 저렴하고 개수도 많아 구하기 쉽지만 활엽수는 그렇지 않다”며 “또한 소나무는 송이 채취 등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석이 많아 산불에 취약함에도 조성이 잘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에 강한 숲 다시 조성하려면 =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지에 불에 상대적으로 강한 활엽수 등과 같은 수종을 적절히 섞으면서 지속적인 숲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활엽수는 이미 나무 기둥 안에 산불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물을 품고 있다”며 “그래서 산불이 지나가도 바닥의 낙엽만 탈뿐 나무는 계속 자라고, 산불 확산도 저지한다”고 말했다.
경북 산불은 우리나라 문화재들도 앗아갔다. 숲 복원 전문가는 민가, 문화재, 국가시설 인근에 내화 수림 조성으로 불길을 막는 게 중요하하다고 강조했다. 내화 수종은 비교적 불에 잘 견디는 황벽나무·굴참나무·아왜나무·동백나무 등이다.
정유경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박사는 “주요 시설물 2차 산불 피해를 막으려면 기후·토양 등 환경에 따라 내화력을 갖춘 수종을 선별해야 한다”며 “활엽수만을 심어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고, 생장 환경에 맞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엽수 심기가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권춘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박사는 “활엽수 낙엽이 장기적으로 쌓이면, 산불이 일어날 때 낙엽층 아래에 불씨를 품어 재발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은 침엽수든 활엽수든 산불에 장단점이 있으니, 적절한 수목 밀도 조절로 산불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화수림을 조성하려면 산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지역민 공감대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최 대표는 “불에 강한 활엽수를 산에 심으려면 산주들이 동의해야 하는데, 활엽수는 소나무처럼 부가가치가 높지 않아 잡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결국 산불로부터 숲을 지키려면 산주와 지역민들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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