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험한 지형, 1m 이상 쌓인 낙엽층 원인
지표 아래 불씨 재발화 이어지며 진화 속도 늦춰
산청·하동 산불이 발생 열흘 만에 큰불이 잡혔다. 이번 산불은 213시간 34분 동안 이어지며 우리나라 역대 산불 최장 시간과 버금가는 진화 시간을 보였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발생해 213시간 43분만에 꺼진 울진·삼척 산불이 역대 국내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산청·하동 산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산불 발생 후반부로 접어들며 진화율 80~90%대를 오가며 불을 끄는 작업이 이어졌다.
산불이 길어진 이유는 봄철 건조한 날씨와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 고온, 강풍 등이 겹친 탓으로 분석됐다. 특히, 험한 지형과 40㎝~1m 이상 쌓인 낙엽층, 산 정상부에서 부는 강풍은 산청·하동 산불이 장기화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산불이 계속되는 동안 산 정상부에서는 초속 10m 이상 강풍과 돌풍이 방향을 바꿔 계속됐다. 낮은 지대에서는 풍속 1~2m에 그쳤지만, 산 정상부로 갈수록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은 비화현상(불똥이 날아가 산불이 다른 곳에 옮겨붙는 현상)으로 이어지며 산불 지역을 늘렸다.
강한 바람은 계절풍이 험한 지형을 만나 형성됐다.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와 지리산국립공원 산불 지역은 해발 1000m에 가까운 지대로 40도 이상 급경사지가 많은 곳이다. 가파른 지역에 계절풍이 맞딱뜨리며 강풍과 돌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강풍은 산불 지역을 확산시켰으며, 헬기 진화작업 등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산불 진화를 더디게 한 이유로 최대 1m까지 쌓인 낙엽층도 한 몫 했다. 켜켜이 쌓인 낙엽층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소나무 등 산불에 약한 침엽수에 옮겨붙으며 산불 확산을 주도했다. 특히, 지표면 아래로 불씨가 침투하면서 계속해서 재발화가 일어나는 '지중화 현상'이 불길을 잡는데 발목을 잡았다. 현장에서는 헬기가 뿌리는 물이 낙엽 아래로 스며들지 않고, 산 경사를 따라 흘러가는 현상이 계속됐다.
지중화 현상은 산림당국의 열화상 카메라에 나타났다. 열화상 카메라로 불이 꺼진 현장을 촬영한 결과, 눈으로 봤을 땐 불이 꺼져 있는 곳도 낙엽층 안에 100도가량의 불씨를 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낙엽층이 형성된 곳에는 산림청 공중진화대 등 진화대원이 현장에 투입돼 일일이 불씨를 제거하는 등 작업을 진행, 산불 진화 속도가 더뎠다.
산림당국은 "불씨를 덮고 있는 낙엽이 강풍에 날아가고 불씨가 드러나면 다시 산불로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했다"며 "높은 해발 고도와 빽빽한 숲 구조는 인력이 투입돼 진화 작업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했다. 진화인력을 투입해 쌓인 낙엽을 갈퀴 등으로 걷어내고, 화선을 저지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 진화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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