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2158명 집 벗어나 피신
큰 사상·실종 없이 무사히 귀가
훈련 전무했으나 연락·소통 촘촘
전세버스 무료 지원한 지역민도
산불 진화·대응 훈련 지침서 필요
열흘간 이어진 산청·하동 산불에서 대피한 주민은 2158명(대피소·친인척 집 등 포함)이었다. 이 중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퇴원했다. 대피 과정에서 다른 사상자나 실종자는 없었다. 주민들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경찰, 자원봉사자 등이 협력한 결과였다. 다만 앞으로 체계적인 훈련이나 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청군 시천면 봉화마을 주민 ㄱ(79) 씨는 산불이 확산한 22일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대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ㄱ 씨는 "생전 안 해본 걸 해보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당황했다"며 "아내와 함께 움직이는데, 많은 걸 챙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8일 만에 돌아온 집과 마을에는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다. ㄱ 씨는 "소방차 2~3대가 마을 뒤편 산 쪽에서 계속 물을 뿌리고 해서 산불이 못 내려오게 해준 덕분"이라며 "대피하던 중에도 많은 사람에게 대접을 잘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동군 옥종면사무소는 모두 14개 마을 주민 대피를 도와야 했다. 그동안 이 같은 대피 훈련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양창근 하동군 옥종면 주무관은 "마을 이장님과 행정이 함께했는데, 행정 인력이 가서 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대피하라고 말씀드렸다"며 "면에서는 주민등록상 주민 명부를 뽑을 수 있는데, 그걸 들고 주소마다 찾아가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이장님에게 사유를 물어보고, 주소만 마을로 돼 있고 실제 다른 데 사시는 분도 계셨는데 그렇게 일일이 확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승진(55) 신동아관광협동조합 대표는 산청 산불 확산 소식을 듣고 첫날과 둘째 날을 빼놓고 8일간 무료로 45인승 전세버스를 지원했다. 버스는 마을 주민 대피, 주민 식사 지원 현장에 투입됐다. 박 대표를 포함한 기사들은 매일 2~3대를 운행했고, 대피 인원이 많았을 때는 버스 5대 운전대를 잡았다.
박 대표는 "신안면 의용소방대장에 산청군 120민원기동대 회장, 바르게살기운동 산청군협의회 부회장까지 맡고 있어 어려운 시기에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라면 등은 남아돌고 정작 산에 간 대원들은 이온음료, 초코바 등이 필요한데,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고 받은 물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민 대피령 재난문자를 보낸 산청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읍면 직원들이 경찰과도 소통을 많이 해서 대피해야 할 것 같은 마을에 미리 나가 있었다"며 "워낙 급해 문자를 보내고, 마을 방송을 하고, 대기하던 직원들과 경찰이 집마다 이야기해 대피시켰다. 애매한 상황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있다가 완전히 떠나야 할 때는 이재민 관리를 맡는 복지정책과 쪽에 요청해 전세 버스로 선비문화연구원과 같은 대피소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군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주민들은 일시대피자로, 갈 데가 없으니까 안전을 확보하고 건강하게 귀가하게 하는 것이 재해 예방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주민 대부분 고령이어서 자기 승용차로 움직이기도 어렵고 단체로 움직이려면 임차 버스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큰 산불이 번지자 제대로 안내하지 못해 대피소에 있던 주민들이 다시 산불을 맞닥뜨리거나 초기에 적극적인 대피 조치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으로 시군과 소방서 공무원, 의용소방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봄철 산불 진화·대응 훈련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불관리통합규정에 따라 산림청장은 시도지사에게 주민 대피와 민가·주요시설 등 보호를 포함한 산불진화통합훈련을 매년 1회 이상 하게 할 수 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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