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애도기간, 24일 군민체육센터에 합동분향소
생사 위험에 노출된 진화대원 2010년 이후 15명 사망
산청군 신안면 산불 진화과정에서 4명의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창녕군.
사고 발생 직후 창녕군은 몇 차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23일부터 27일까지를 공식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21일 발화한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는 도내 각 시군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이 투입됐고, 22일 오후 발생한 인명 피해가 창녕군 소속 대원에 집중됐다.
이들은 22일 오후 3시께 시천면 화재 현장에 투입돼 진화작업을 하던 중, 초속 11∼15m의 강풍이 불며 불길이 넓게 퍼지면서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급파된 구조대원들이 화상 중상자 4명과 경상자 1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후 5시께 7부 능선 인근에서 사망자 2명이 발견됐다.
나머지 실종자 2명의 행방은 이날 오후 8시께 화재 현장에서 시신 상태로 추가 발견됐다.
사망자는 창녕군 산림녹지과 30대 공무원 1명과 60대 산불진화대원 3명.
이들은 23일 오전까지 산청장례식장에 임시 안치됐다가 오후에 창녕서울병원장례식장으로 이송·안치됐다.
창녕군은 23~27일을 공식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창녕군민체육센터에 합동분향소(오전 8시~오후 9시 운영)를 마련, 24일부터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각 시군 산불진화대원은 연령 제한이 없고, 건강검진·체력테스트 등을 거쳐 매년 6개월 근무형태의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산불 진화에 투입되지 않고 특정 지점에서 산불 감시만 하는 산불감시요원과는 구분된다. 피해가 컸던 창녕군에는 산불진화대원 34명과 산불감시요원 83명이 채용돼 있다.
이들은 채용 후 월 1회 산불진화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산불확산 방어선 구축'이라는 임무에 맞게 현장대응 능력을 기른다.
지난 22일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한 산불진화대원은 "금방 불을 끄고 도랑을 만들어 방어선을 구축했는데도 한순간 바람에 세게 불면 내 뒤쪽에 있던 잔불이 급격하게 되살아나곤 했다"라고 전했다.
이 대원은 "산불을 진화할 경우 진입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분명하게 구분해 교육을 받지만, 산불 확산이 극심한 상황에서 그런 원칙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엄격하게 진단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진화작업 시 인명피해를 막으려고 대원과 공무원들에게 안전모, 방염 진화복·마스크, 안전화 등 안전장비 정상 휴대 착용,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산불이 났을 때 불 아래에서 진화작업을 하고, 산불을 피해 이동 시 바람을 안고 가야 한다는 '산불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산불진화대원이 진화 작업 중 숨진 것은 2023년 3월 하동 산불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진주시 한 산불진화대원이 산불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이송됐지만 숨졌다. 2010년 이후 전국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하다 숨진 대원은 15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산청 산불처럼 여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1996년 4월 경기도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 동두천 야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동두천시 산림계장과 공익근무요원 6명 등 총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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