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 창원서 활동하는 김성훈 작가
홀로 추상 작업에 매달려오다
교류 없이는 성장 어렵다 생각
28일까지 화실 개방 관계 맺기
작품 주제 '사이'로 대화 기대
미술 작가에게 작업실 공개는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다. 작품을 완성하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고뇌를 거듭한다. 그 과정에선 자연스레 작가가 삶을 살아오며 떠올린 영감, 철학, 사유 등이 뒤섞인다. 그래서 작업실을 공개한다는 건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일생과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일이기도 하다.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 작업실을 둔 김성훈(43) 작가는 8일부터 자발적으로 개인 작업 공간을 공개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28일까지 외부인에게 문 열려 있을 예정이다. 19일 김 작가에게 작업 이야기와 작업실을 공개한 이유를 물었다.
◇'사이'를 고민하며 = 김 작가는 2007년 창원대학교 미술대학을 서양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2011년 독일로 건너가 뉘른베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독일에서 8년간 거주하다 2019년 귀국 후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인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 있는 한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이 건물 지하에 대안공간 스페이스 '목'과 2층에 갤러리 '이목'을 차렸고, 3층을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김 작가는 대학생 때는 '옵아트(옵티컬 아트·Optical Art)' 작업을 했다. 이는 빛이나 색, 형태를 표현해서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방식이다. 현재는 추상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그가 추상 미술에 관심이 갔던 건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다. 당시 그에게 던져진 화두는 불안이란 감정이었다. 애써 정한 주제라기보단 빠르게 변하는 사회,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온몸으로 느낀 것이었다. 김 작가는 바로 그 '사이'에 주목했다. 불안은 '사회와 나', '타인과 나'처럼 모호한 경계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김 작가는 '사이'란 주제를 작업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며 독일로 떠났다. 그가 묵었던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는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교하던 어느 날, 소나기가 내렸다. 작가는 그대로 비를 맞았다. 순간 익숙한 풍경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주체가 공간 속에 녹아서 사라지는 듯한 감상이었다. 그때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물이 흘러 내리는 형태는 불안한 자아가 위치한 '사이'를 나타내기에 딱 맞았다. 그 뒤로 물의 성질을 지닌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 위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추상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다채로운 색감을 많이 사용했다. 요즘은 그때 기억이 바래졌기 때문에 흑백으로 표현한다.
◇소통하려 용기내다 = 이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작업하는 일은 곧잘 하는 그이다. 하지만, 지역 예술계 인맥을 쌓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작업을 매력 발휘하는 일은 잘 못한다. 창원에 돌아온 김 작가는 어떤 협회나 모임에 소속되지 않았다. "인맥 쌓기를 하나의 전략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그걸 잘 못하겠더라구요." 일부 지역 미술 협회가 세력을 만들고 권력을 과시하는 일에도 협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협회는 소속 작가들 외에 외부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속에 들어가려면 협회를 이끄는 높은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그가 용기 내 작업실을 공개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소통에 있다. 김 작가는 누구든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나면 작업과 작가로서 삶에 관해 이야기하기 마련이라고 봤다. 또, 작가로서 생존 위기를 느꼈다. "외부와 교류 없이 지금처럼 가다가 늦어지면 작가로서 더 자리 잡고 성장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업실 공개를 계기로 동료 작가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들과 관계 맺기와 작품 홍보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작가는 "나쁘게 말하면 홍보를 열심히 안 하는 게 작가로서 안일한 점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제 자극이 됐으니, 앞으로 조금 더 노력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작가 작업실과 갤러리 이목, 대안공간 스페이스 목은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109-28에 있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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