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 1기 졸업생 이가은
청소년 시절 가곡전수관서 처음 접한 가곡 반해
부산대 한국음악과 가곡 전공, 예술대학 수석 졸업
"가곡전수관 경험이 인생 방향점 돼"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어릴적부터 노래를 좋아하던 이가은(22) 씨는 지인 소개로 가곡전수관에서 진행하는 토요풍류학교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에 참가했다. 이곳에서는 국가무형문화유산 가곡 예능보유자이자 가곡전수관 관장인 조순자(81) 명인이 직접 자신이 배운 방식으로 노래, 춤, 악기를 모두 포함한 가무악을 교육한다. 수업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다. 이 씨는 12살부터 19살까지 예술단에서 배움을 얻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선배로 후배들을 가르쳤다. 

이 씨는 부산대학교 한국음악학과에서 가곡을 전공했다. 진로를 가곡으로 정한 후 대학 진학을 앞두고 그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졸업 후 경제적인 부분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즈음 조 명인의 공연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의 눈엔 조 명인의 입에서 선율이 흘러나와 공간을 메울 때, 분위기마저 달라지는 게 참 아름다워 보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우직하게 매 순간 열심히 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부산대 예술대학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 씨는 가곡전수관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이 배출한 첫 번째 가곡 전공자가 됐다.

가곡전수관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 1기 졸업생 (왼쪽) 이가은 씨와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명인. /백솔빈 기자
가곡전수관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 1기 졸업생 (왼쪽) 이가은 씨와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명인. /백솔빈 기자
이가은 씨가 무대에서 가곡을 부르고 있다. /이가은
이가은 씨가 무대에서 가곡을 부르고 있다. /이가은

이 씨는 우연한 계기로 가곡을 접했지만, 22살 인생 절반을 함께하고 있다. 그는 매년 열렸던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 발표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곡으로 관객을 만났던 시간은 가인으로서 꿈을 키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에게 가곡은 편안함과 함께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자부심을 안겨줬다. 관현악단이 잘 짜인 성악곡이자, 사라진 말소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가곡전수관에서의 배움은 인생 방향점을 설정해 줬다"라고 말했다.

조 명인은 이렇게 가인의 길을 걷는 제자가 있어 뿌듯하다. 그가 아이들에게 가곡을 가르치는 이유는 명확했다. 사라지는 우리 말소리를 알려주고자 함이다. 가곡을 부를 때 발음법은 훈민정음해례본에 기록된 말소리와 같다. 이제는 사라진 아래아·반치음·옛 이응·여린히읗을 가곡에선 여전히 사용한다. 가곡을 지키는 건, 없어진 말소리를 후세에 남기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조 명인은 가곡은 생각 하게 만드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음을 느리고 길게 늘어뜨리며 옛 말소리를 내뱉는 동안 차분히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고 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기량이 더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 씨는 "조 명인께서 항상 바라는 게 청출어람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저도 선생님에게 뿌듯함을 드릴 수 있는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가 대학에서 가곡을 전공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는 소식을 들은 조 명인은 요즘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이다. 그는 "저는 이런 제자들의 좋은 소식 덕분에 살고, 다시 정진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씨는 국가무형문화유산 가곡 이수자를 향해 차곡차곡 발걸음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가곡전수관은 올해도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을 운영한다.

가곡전수관에서 이가은 씨가 가곡을 부르고 있다. /이가은
가곡전수관에서 이가은 씨가 가곡을 부르고 있다. /이가은
가곡전수관 무대에서 가곡을 부르고 있는 이가은 씨. 그는 가곡전수관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 1기 졸업생이다. /이가은
가곡전수관 무대에서 가곡을 부르고 있는 이가은 씨. 그는 가곡전수관 푸르미르 청소년 예술단 1기 졸업생이다. /이가은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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