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전 여는 이소정 작가
사범대 나와 미술대학원 진학
"대중에게 다가가려 캐릭터 '미유' 만들어"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은 (미술) 작업을 해야겠더라고요."

지난 2일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이소정(23) 작가는 사범대를 나와 교사가 아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첫 개인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공간 쌀에서 열고 있다. 이는 올해 공간 쌀에서 진행한 레지던시 사업을 마무리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이소정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 작품 앞에 서 있다. /주성희 기자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이소정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 작품 앞에 서 있다. /주성희 기자

이 작가는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부생 시절에는 같은 대학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에서 교사 임용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다. 지난해 5월 교육실습생으로 나선 게 진로를 설정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교사도 좋지만, 결국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이때 굳혔다.

"미술 작업과 임용 시험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들었고, 목표 의식을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지난 5월 교생 실습하는 한 달 동안 이를 결정하고자 했어요. 어렵지 않게 실습 기간을 보냈지만 저는 계속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전시를 생각하고 있고, 작업을 하고 싶더라고요. 미술을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해 대학원 입학까지 결정하게 됐죠."

그는 회화로 입시를 치렀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장르로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 마침 학교에는 조소·조형 작업에 필요한 기계·설비가 있었다. 힘들지만 스승과 선배의 조언도 듣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조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미술의 한 분야로만 한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재료나 작품 방향을 구축할 때 평면, 영상, 조소 그리고 미술이 아닌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분야를 조합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런 고민으로 만든 캐릭터가 '미유(MEYU)'다. 팔다리가 있는 사람의 형체이지만 외형은 볼록볼록하다. 이것은 구름이거나 양털로 감싸진 모습이다. 미유의 눈과 입은 검은색으로 뚫려 있는 듯하다. 머리 위에 더듬이가 있다. 가슴에는 하트 모양이 있는데 작가는 이것을 "끝이 보이지 않는 마음속"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캐릭터는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 내면을 투영한 캐릭터다. 양털에 감싼 내면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자기처럼 눈치 보고 숨기며 사는 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이 작가는 관객들이 캐릭터 미유와 작품을 보고 그것을 가여이 여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전시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인 것과 이어진다.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이소정 작가의 첫 개인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이 10일까지 열린다. 2일 열린 작가와의 대화 행사. /주성희 기자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이소정 작가의 첫 개인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이 10일까지 열린다. 2일 열린 작가와의 대화 행사. /주성희 기자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이소정 작가의 첫 개인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이 10일까지 열린다. 2일 열린 작가와의 대화 행사. /주성희 기자
사천 카페 정미소 내 복합공간 쌀에서 이소정 작가의 첫 개인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이 10일까지 열린다. 2일 열린 작가와의 대화 행사. /주성희 기자

레지던시 사업 중 입주 작가들끼리 교류·자문하는 활동이 있다. 이 작가의 자문은 정운식 작가가 맡았다. 정 작가는 이날 작가와의 대화에서 "구름 또는 양털로 방어기제를 가진 캐릭터로 작가가 자신을 수용하는 방식, 자기의 취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 것 같아 카를 융의 '그림자 이론'과 맥을 함께한다"면서 "이 작가와 오랜 대화 끝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고, 앞으로 캐릭터 미유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이 작가는 자신을 미술을 위한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 미술가와 대중의 매개체로 정의했다. 그는 "전시장과 미술은 그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내가 만든 캐릭터를 누군가는 상업적이고, 가볍다고 평하겠지만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의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족이 있기에 경남의 정체성을 지닌 작가로 영향력을 펼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천 카페 정미소는 카페이자 전시장이자 작은 도서관으로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짜리 건물 여러 개를 이어서 만들었다. 고소한 원두 냄새를 풍기는 카페를 지나 다른 건물로 들어가야 전시장과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공간 '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미소였던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그래서 층고가 높고 창문이 크게 나지 않았다. 한가운데 넓은 공간이 있고 그 옆에 작은 공간이 이어지는 구조다. 쌀은 올해 처음으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공모 지원사업에 선정돼 레지던시 사업 'Lively Space SSAL'을 운영했다. 레지던시란 작가들이 체류하고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료나 전시 개최 등을 지원한다. 상반기에는 정운식·윤지영·최선혜 작가 3명이 입주했고, 하반기에는 김경민·서민경·이소정 작가가 머무르며 작업을 했다. 

전시장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전시는 무료다. 문의 055-833-0619.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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