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 직접 출석
계엄 정당성 강조, 부정선거론 주장에 여념
군에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 검찰 수사 부정
공수처 수사 회피·탄핵 심판 결론 지연 의도
자신을 정치범화 해 극우 결집 시도 엿보여
내란 수괴·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나왔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죄수복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수사는 피하고 심판에는 출석 =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출석한 배경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피하고 탄핵 심판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석을 시작으로 매주 2회씩 예정된 모든 변론기일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통령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심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은 애초에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강조하며 법리 투쟁이 아닌 정치이념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서두에 발언 기회를 얻어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의혹 해소'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정치범 위치를 선점해 자신을 지지하는 '극우 폭동 세력'을 지속적으로 선동하려는 듯하다. 변론에서 계엄 선포는 정당했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에 가담한 군 사령관 등 검찰 진술 내용을 모두 부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12.3 내란 관련 모든 의혹 부정 =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이진우·곽종근 등 군 사령관들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하러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없다"고 답했다.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앞서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최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로 문건(쪽지)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계엄 선포 배경으로 대리인단이 주장한 '부정선거론'과 관련해서는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여러 가지 선거 공정성과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2023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견을 막으려 계엄군을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리를 해서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못 하게 하더라도 계엄 해제는 국회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당시에 그것(계엄 해제)을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비상계엄 선포 목적을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의혹'을 두고 "결코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국회 소추인단, 영상 자료 공개로 압박 = 국회 소추인단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과 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내·외부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병력이 국회 본 청사에 진입해 보좌진들과 대치하는 장면, 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에 무장한 군인들이 진입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국회 소추인단은 "선거 부정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탄핵 사건 쟁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령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해도 피청구인이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침임했다는 소추 사유를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인단은 재판부에 윤 대통령과 대리인단의 부정선거 의혹 주장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군 사령관들 증인 신문을 할 때 윤 대통령을 퇴정시키거나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대면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에 윤 대통령 지시 내용을 증언한 주요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앞에서 제대로 된 증언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논의할 계획이다.
헌재는 23일 4차 탄핵 심판 변론기일을 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헌재에 건강상 이유 등으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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