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윤 대통령 지지자, 서울서부지법 습격해
경찰관·기자 폭행하고 집기 부수며 폭동

12.3 내란 사태 이후 폭력이 민주주의 훼손
국회, 중앙선관위 실탄 든 무장 군인 침입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법치주의 전면 부정" 유감
최상목 권한대행 "법과 원칙에 따라 엄청 수사"

국가 시스템이 폭력으로 무너지고 있다. 19일 새벽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인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을 습격했다. 이날 지지자 46명은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12.3 내란 사태 이후 국가 시스템이 공권력과 폭력으로 위협받았다. 국가 기관을 위협하던 폭력은 기어이 법원까지 짓밟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순 현판이 놓여있다.이들은 이날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순 현판이 놓여있다.이들은 이날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연합뉴스

◇서부지법 들이닥친 폭도 =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 시설물을 파괴했다. 이들은 18일부터 서울서부지법 주위에서 시위를 벌였고, 19일 구속영장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에 침입했다. 경찰 방패 등을 빼앗아 법원 정문과 유리창 등을 깨고 내부로 들어가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관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했다. 또 쓰레기 등을 집어던지며 집기를 마구잡이로 부쉈다. 이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기자도 있었다.

경찰은 1400여 명을 동원해 진압에 나서 건조물 침입 혐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46명을 연행했다. 전날 법원 담장을 넘는 등 40명을 더해 이틀 동안 체포된 인원은 86명에 이른다. 경찰청은 주동자는 물론 불법행위자 모두를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12.3 내란 국회·선관위 침입한 군경 = 12.3 내란 이후 폭력이 국가 시스템을 위협하는 사례는 이번까지 크게 세 차례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경 침입,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경호처 반발, 서부지법 민간인 습격 등이다.

불법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 본청 앞에서 시민과 대치하던 무장 군인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에 무력으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날 국가 폭력은 국회만 향한 게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달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량이 국회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달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량이 국회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은 국회보다 더 빨리 중앙선관위 청사를 찾았다. 계엄 선포 직후 단 몇 분만에 실탄 100발을 소지한 계엄군은 과천 청사 정보관리국 전산실로 들어가 세 차례에 걸쳐 서버를 촬영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점거당한 것이다. 선관위는 명백한 위헌이자 위법한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조처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 지시로 불법 비상계엄을 실행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 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 등 10명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윤석열 체포를 막은 경호처 =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공수처)는 3일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물리력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막았다. 체포영장 집행은 5시간 반 만에 중단됐다.

공수처와 경찰은 15일 투입 인력을 1000명으로 늘려 2차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33분 체포돼 경호 차량을 타고 공수처 조사실로 이송됐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체포해 조사했다. 경찰은 “경호 매뉴얼대로 했다”며 위법성을 부인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경찰은 기각 사유를 검토하고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국가 시스템 위협한 폭력 응징해야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9일 대법원에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 관련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법원행정처는 서울서부지법 보안 대책을 세우면서 법원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천 법원행정처장은 앞서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사실 확인과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쟁과 그 시시비비는 헌법이 정한 사법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만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윤 대통령 지지자가 일으킨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어려운 불법 폭력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경찰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한 이번 사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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