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행사 이어 16일 2일 차 조사에 '불응'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 신청 '시간 끌기'
'법 기술자' 면모…자기 안위 챙기기에만 급급
공수처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
잇따른 조사 지연책 발동…인신 구속만 재촉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일 차 조사에 전면 불응하면서 체포 후에도 국민 분노를 더욱 증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불법적 비상계엄으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내란 수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거부하면서 청구한 체포적부심 =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체포된 지 이틀째인 16일 ‘건강상 이유’를 들어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는 조사받을 게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체포 첫날 10시간이 넘는 조사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며 묵비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은 오히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적법하지 않거나 부당한지를 판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다. 법원은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석방 여부를 판단한다.
기록이 넘어가 있는 동안 ‘48시간’인 체포 시간은 멈춘다. 실질적으로 체포 기간이 늘어나기에 자주 이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다투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2023년 기준 1년에 체포적부심 청구 건수는 전국 법원을 통틀어 30건에 불과할 정도다.
이번 체포적부심 청구는 우선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체포 자체 적법성을 다투려는 시도로 보인다. 아울러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법정 공방 무대를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신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기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동안 공수처에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한 주장의 연장선에서 국면 전환을 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 전 공수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없고,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수사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관할권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적부심에도 이 같은 논리로 체포 부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것은 앞으로 법적 다툼 무대를 옮기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애초 체포적부심사는 ‘관할 법원’에 청구하게 돼 있다. 윤 대통령 체포·수색 영장은 모두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했다.
윤 대통령 측은 관할권이 없다고 보는 서울서부지법이 계속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자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 성향을 들어 불신을 나타냈다. 이는 구속영장도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서 다루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에서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하도록 돼 있고, 이때 재판관할권은 서울중앙지법에 있다”면서 “구속영장 청구 역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 청구 시기도 미뤄져 =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각 수사에 착수하고 나서 윤 대통령 지시로 내란에 가담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 질문도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이행하다가 구속된 김 전 장관, 계엄군 장성들, 경찰 고위 관계자들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이미 구속된 김 전 장관과 계엄 군경 수뇌부는 모두 입을 모아 윤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등 ‘내란 수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상 규명에 협조는커녕 묵비권에 검찰총장 출신 ‘법 기술자’로서 자기 신변 안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비협조에 조사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체포적부심을 신청해 구속영장 청구 시점은 미뤄지게 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적부심 심사 중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수도 있느냐’라는 물음에 “적부심 절차가 진행되면 통상 영장 청구는 안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영장 청구 법원 변경 전략에 아랑곳 하지 않고 구속영장 청구 시 서울서부지법에 신청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계속 조사 지연책을 쓰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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