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5명 가운데 1명이 1020세대 여성
"더는 참지 않겠다" 광장으로 나온 청년 여성
윤석열 정부 반여성 기조에 분노하며 결집
X와 커뮤니티 타고 형성된 탄핵 여론 확산

윤석열 탄핵 집회 광장의 얼굴은 ‘청년 여성’이었다. 촛불집회 참가자 5명 가운데 1명이 1020세대 여성이었다. 국회에서 첫 탄핵소추안이 표결되던 지난 7일 불법 계엄 선포 이후 큰 규모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회 인근에서 촛불을 든 21.3%가 1020세대 여성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정부의 반여성 기조가 여성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는 분석이 많다. 여성들은 X(옛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대통령 탄핵 여론을 형성했다.

◇촛불 타오르게 한 반여성 기조 = 이지현(27·진주시 호탄동) 씨는 지난 7일 진주에서 서울로 향했다. 윤 대통령이 불법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이 씨의 발걸음을 촛불집회 현장으로 이끌었다.

그는 “여성들이 말하는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그에 대한 분노가 촛불집회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는 위로 오빠 한 명이 있다. 이 씨는 “부모님은 우리를 공평하게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사회 자체가 불평등하니 어쩔 수 없이 불평등하게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살았다”며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형성돼 있었다”고 짚었다. 한국사회에 여전한 가부장제 문화가 젊은 여성들을 광장으로 나가게 했다는 이야기다.

지난 14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광장에 1020세대 여성들이 윤석열 퇴진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지난 14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광장에 1020세대 여성들이 윤석열 퇴진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기조를 고수했다. 여성들은 불법 합성물 범죄와 데이트 폭력 등 여성혐오 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그러나 여성 폭력 관련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채용과 임금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전면 폐지됐다. 지방정부도 ‘여성’, ‘성평등’이 붙은 예산과 정책을 없애기 시작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정농단이나 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큰일이 벌어질 때마다 여성은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경험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성 고정관념이 작동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렸다”며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고 성차별 문제가 있어도 여성이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반여성 기조로 젊은 남성 유권자 표를 가져갈 수 있었다. 방송3사가 진행한 2022년 대통령 선거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에서 남녀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20대 이하 여성 58%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0대 이하 남성 58.7%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세대 여성은 민주 진영에 투표를 많이 했고, 같은 연령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많이 지지했다”라며 “남성들은 윤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비판했으나 집회에 대거 나올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집회는 한 번 나간 사람이 또 나가게 되는데, 2030세대 남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집회 경험이) 부족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정치에 적극 가담한 것도 촛불집회 동력이 됐다. 정재흔 여성의당 경남도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우병 시위 때도 유아차 부대가 눈길을 끌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도 2030세대 여성이 많았다”라며 “차별 속에 살던 여성들의 박탈감이 쌓여서 터진 게 아닌가 싶다. 정부에서 여성에게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으니 싸우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가한 1020세대 여성들은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김구연 기자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가한 1020세대 여성들은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김구연 기자 

◇X와 커뮤니티를 타고 = 촛불집회 정보는 온라인에서 퍼졌다. X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여론을 확산하는 창구이기에 사람을 모으기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도 하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여성들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송미선(18·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씨는 X로 촛불집회 관련 정보를 얻었다. 그는 지난 4일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가 계엄을 무효로 의결하자 트위터를 먼저 켰다. X에서 ‘창원 시위’를 입력하니 긴급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X 타임라인만 보더라도 촛불집회 일정이나 상황을 알기 쉬웠다.

그는 “창원 촛불집회 앞줄에 앉은 절반이 제 또래 여성들이었다”며 “이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이돌 팬인 청년 여성이 많아 보이는데, 다른 소비자들보다도 적극적인 만큼 집회에서도 행동력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일인 2024년 12월 14일'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법 국민의 힘 해체!'를 위한 경남도민대회가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일인 2024년 12월 14일'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법 국민의 힘 해체!'를 위한 경남도민대회가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대통령 탄핵 여론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퍼져나갔다. 언론사가 기사를 내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공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뉴스를 접하기 쉽다. 커뮤니티 게시글에 해시태그를 달아 사람을 모으기도 하고, 온라인 서명지를 공유하거나 기부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느슨한 형태지만 집단 활동이 이뤄질 수 있되 성별에 따라 커뮤니티 개체 수 차이가 난다”며 “여성들은 다양한 커뮤니티와 연계된다면 남성들은 스포츠나 게임 중심으로 유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은 19세에서 23세 사이에 군대에 가기 때문에 20대 남성 5명 중 1명은 군대에 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전역하고 나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다시 접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과는 누적 경험치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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