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긴급 기자회견 열고 녹취 공개 "공익제보로 확인"
명태균, 지인에게 윤 대통령 통화 내용 들려주며 자랑

‘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추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육성이 처음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물증을 공익제보센터에 들어온 제보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 고맙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명 씨 통화가 2022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직전인 그해 5월 9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0일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 당선자 신분이던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했다. 당시 윤상현 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지난해 8월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손을 잡고 만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전 의원 페이스북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지난해 8월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손을 잡고 만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전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은 명 씨가 제3자에게 자신과 윤 대통령 통화 내용을 설명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명 씨는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무슨 말이 많은지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보고 얘기하는 거야”라며 “장관 앉혀라, 뭐 앉혀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하니까 대통령이) 안 한 거야.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고 했다.

명 씨는 덧붙여 김 여사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며 “(여사가)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에 꼭 오십시오’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녹음한 제삼자는 명 씨는 물론 김영선 전 의원 당선 이후 김 전 의원을 수행한 운전기사 ㄱ 씨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육성 녹취가 확인되면서 ‘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 조각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당선자는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명 씨와 통화한 사실은 시인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당선자와 명태균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결정했다”며 “창원 의창은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고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방어막을 쳤다. 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당선자였던 윤 대통령이 ‘공무원의 당내경선 운동 금지’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공천 관련 의견을 당에 개진했더라도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적인 신분에서 약속한 것도 아니고, 사적 대화의 일환이기에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가 녹취록 공개를 예고했다. 이재명 당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탄핵 여론이 일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기자님이 생각해보시라”며 말을 아꼈다.

범야권에서는 탄핵, 하야, 임기 단축 개헌 등 주장이 터져 나온다. 장경태·민형배 민주당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주도로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 구성 추진 움직임이 있다. 조국혁신당은 “탄핵하는 데 아직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한가”라면서 민주당에 탄핵 추진 동참을 촉구했다. 당 탄핵추진위원회는 “즉각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명백한 탄핵 사유다. 탄핵 추진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상근 목사·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 등 사회원로 24명으로 구성된 단체는 2년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안 마련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탄핵소추안은 기각 시 재발의가 어렵다. 법적 구성 요건을 맞추는 데 신중해야 한다. 이에 개헌으로 정권 임기 단축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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