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산안] 편성 규모와 문제점

내년 667조 4000억 원 올해비 3.2%↑
경제규모 커져도 지출 제한 '짠물 편성'
증세 없이, 지출 조정해 "재정준칙 준수"
전문가들 "약자 복지 늘리기에 불충분"
"감세 정책 탓 재정준칙 준수 더 어려워"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677조 4000억 원으로 정했다. 올해 총 지출보다 3.2% 늘어났으나 애초 국가재정 운용계획상 예정된 4.2%,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 전망치 4.5%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세수 여건이 올해보다 나아지리라 예상하지만 내년에도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긴축 재정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로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5년 예산안’과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내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이후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12월 확정된다. 내년 예산 총 지출 3.2%는 내년도 총 수입 증가율 6.5%, 경상성장률 전망치 4.5%를 밑돈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만큼 예산 지출을 늘려야 함에도 ‘짠물 예산’ 편성 기조를 이어가는 셈이다.

역대 최저인 올해 총 지출 증가율 2.8%보다는 높지만, 같은 기간 총 수입이 2.2% 줄어드는 등 세입 기반이 취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강도 높은 긴축 예산이다. 정부가 지난해 ‘2023~2027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밝힌 2025년 총 지출 증가율 4.2%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내년 재량지출은 311조 8000억 원으로 올해(309조 2000억 원)보다 0.8% 늘이는 데 그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내년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총 지출 증가율을 3% 초반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적자 규모를 GDP의 2%대로 묶겠다는 목표다. 증세 없이 건전재정을 추구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가 반영된 조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행적·비효율적 사업을 과감히 축소함으로써 총 24조 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민생·청년 예산 지출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았다”고 덧붙였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셈이다.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 확보한 재원을 △약자 복지 △경제 활력 확산 △미래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글로벌 중추 외교 등 네 가지 정책 분야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12대 주요 분야별 내년도 지출 계획을 보면 지난해 ‘대폭 삭감 편성’으로 논란이 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26조 5000억 원)보다 11.8%(3조 2000억 원) 늘어난 29조 7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예산 규모가 가장 큰 보건·복지·고용도 올해 237조 6000억 원에서 내년 249조 원으로 4.8%(11조 4000억 원) 늘어난다.

이 밖에 △교육(3.5%) △문화·체육·관광(1.3%) △환경(4.0%) △산업·중소기업·에너지(1.1%) △농림·수산·식품(1.9%) △국방(3.6%) △외교·통일(3.7%) △공공질서·안전(2.6%) △일반·지방행정(0.6%) 분야 예산도 증액됐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5조 5000억 원으로 올해(26조 4000억 원)보다 3.6%(9000억 원) 줄었다. 12대 분야 중 유일하게 감액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국정 목표인 경제활력 제고는 물론이고 ‘약자 복지’를 늘리기도 불충분하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정부 감세 기조는 계속돼 내년 비과세·세액 공제 등으로 깎아주는 국세는 78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감세 정책을 병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정부 2022~2024년 세법 개정과 반도체 등 세액 감면이 올해 세수에 미친 영향을 추산해보니 세수 총 17조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여기에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대규모 감세안을 담은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5~2029년 5년 간 누적 18조 4000억 원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가 겉으로 건전재정을 내세우고도 집권 3년째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준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반기에만 관리재정수지에 103조 4000억 원 적자가 나는 등 올해 세수 상황도 좋지 않다. 정부는 기업실적 호조로 법인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내년도 국세 수입을 올해보다 15조 1000억 원 늘린 382조 4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2일 내수 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로 하향 조정했다. 내수 부진은 국세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폐지 줍는 노인 모습. /경남도민일보
폐지 줍는 노인 모습. /경남도민일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재정의 책임성을 훼손하는 긴축 재정 운용에도 재정 적자가 나는 건 정부 감세 정책 때문”이라면서 “감세와 재정 건전성은 동시에 잡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 재정 역할을 축소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 등 복지 수혜 계층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경상 성장률을 웃도는 규모로 예산이 증가해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면 지출보다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짚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논평을 내고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도, 민생도 모두 잃은 최악의 긴축 예산안”이라며 “스스로 지키지도 못할 재정준칙에 가로막혀 취약 계층, 영세 자영업자, 서민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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