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2000여 명 희망버스 본대회 참가
아리셀 참사 희생자에게서 자신을 본 참가자들
불법파견·위험의 이주화·위험한 노동 사라져야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아리셀 참사 현장에 닿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차별과 죽음 없는 세상을 외쳤다.
‘죽음과 차별을 멈추는 아리셀 경남 희망버스’(이하 경남 희망버스)가 17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참사 현장을 찾았다. 경남 희망버스에는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진보정당,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아리셀 참사로 아들과 조카딸을 잃은 지경옥 씨가 참사 현장에서 경남 희망버스 참가자를 맞이했다. 지 씨는 “우리 가정의 전부였던 아이들을 잃었다”며 “아이들이 독가스를 마시고 고통으로 몸부림쳤을 모습, 화마에 살과 뼈가 녹아내리는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저리고 아프고 외롭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부와 관계 부처는 차별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해 주고, 책임자들을 벌해 달라”며 “유가족들의 상처뿐인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버스와 개인 차량을 타고 2000여 명이 희망버스 행사에 참가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아리셀 참사 희생자에게서 자신을 봤다. 아리셀 참사로 산업 현장의 각종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제조업에서 금지한 불법파견이 상시적으로 이뤄졌다. 제조업 노동자들은 정부가 불법파견 문제에 침묵하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병조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부본부장은 현대위아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측의 불법파견 문제에 투쟁하고 있다.
그는 “현대위아처럼 아리셀도 안전교육이나 소방훈련이 이뤄지지 않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손에 의해 실체가 까발려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불법파견으로 인건비를 절약하고, 안전설비 투자에 돈을 아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며 “사람의 목숨과 존엄을 돈 몇 푼으로 주판 위에서 놀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아리셀은 50인 미만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아리셀에서만 안전보건 위반 사항이 수십 건 발생했다.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를 마련하는 등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업장 안전 체계를 잡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진용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우리 지부 안에 있는 사업장도 50인 미만이 많다”며 “기계를 다루면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서 (우리 사회가) 작은 사업장의 안전에도 경각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 성서공단지역지회 부지회장은 이주 노동자를 향한 차별을 지적했다. 대구 성서공단에는 6000여 명의 이주 노동자가 일한다. 차민다 부지회장은 “3D(Difficult·Dirty·Dangerous)를 넘어서 죽음(Die)이 추가된 4D로 이주 노동자를 내몰고 있다”며 “한국에서 죽으라고 이주 노동자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면 안전한 노동을 할 권리를 이주 노동자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버스는 2011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을 응원하기 위해 처음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16대의 희망버스가 연대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해 7월 23일에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원하청 관계에서 오는 부당함을 해결해 달라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외침에 응답했다.
안준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은 “희망버스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전국적으로 모이는 연결 고리 중 하나”라며 “희망버스에 힘을 보태기 위해 걸음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소 하청 노동자도 아리셀 노동자처럼 도급으로 위장된 형태에서 일했다”며 “안전 시설을 누리거나,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원청이 무분별하게 내팽겨친 노동자들”이라고 덧붙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이날 아리셀 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화성시 남양사거리를 향해 행진했다. 희망버스 본대회는 화성시 남양사거리에서 열렸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차별과 죽음 없는 세상을 재차 강조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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