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사업장 많은 창원도 예외 아니야
불법파견 현장에서 안전사고 위험 커
고용노동부 관리·감독 부실 지적 나와
"근로감독관이 현장서 하나하나 따져야"

제조업 사업장 하청노동자는 두 명의 사장님을 두고 있다. 한 명은 임금 주는 사장님, 또 다른 한 명은 일 시키는 사장님.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자 파견이다. 문제는 직접생산 공정 제조업에는 노동자 파견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불법파견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불법파견은 더 노골적이다.

불법파견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필요한 인력만 취한 채 노동자 보호 의무는 외면한다는 것이다. 이번 아리셀 화재 참사 역시 불법파견 형태로 노동자들을 고용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크고 작은 제조업 사업장이 밀집한 창원지역 역시 이러한 불법파견 문제와 맞닿아 있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 제조업 사업장서 만연한 불법 파견 = 창원지역은 굵직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소 사업장이 넓게 퍼져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파악한 창원지역 규모별 사업체 수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이 2만 4138개 △5인 이상 50인 미만 1만 2779개 △50인 이상 300인 미만 814개 △300인 이상 84개로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3만 7815개) 97.6%에 해당한다.

이 같은 형태는 공장 노동자로 좁혀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공장설립 온라인 지원 시스템을 보면 창원지역 공장은 지난 6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2609개 △5인 이상~50인 미만 2710개 △50인 이상 300인 미만 329개 △300인 이상 사업장이 42개로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5690개) 93.4%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벌어진 불법파견 문제는 일정 부분 공론화된 바 있다. 기업도 어떤 형태로든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소 사업장은 불법파견 문제 사각지대다. 파견된 노동자도 사업주도 불법파견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불법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창원지역 한 공장에서 일한 ㄱ(55) 씨는 “잠깐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한 일인데 당근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규모가 있는 공장이었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번씩 보면 직업소개소에서 우르르 직원들이 오는 경우도 많았다”며 “그런 식으로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고용하다 보니 합도 안 맞고 안전사고도 몇 번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남 노동계는 아리셀에서 벌어진 사고가 언제든지 경남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제조업은 법적으로 파견이 금지된 업종인데도 영세 사업장은 대부분 불법파견 형태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며 “화재가 난 아리셀도 50인 미만 사업장인데 불법파견으로 몇십 명씩 채용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국장은 “아리셀처럼 노동자를 고용하는 곳이 창원에도 부지기수일 것”이라며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인 셈인데 이번과 같은 참사는 고용 형태가 유사한 창원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골적인 불법파견…고용노동부 관리·감독 강화해야 = 불법파견은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고용노동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일 공개한 설명자료에 나온 사내 내하도급(불법파견) 감독 건수를 보면 △2019년 1626건 △2020년 677건 △2021년 534건 △2022년 489건 △2023년 465건으로 지난해는 2019년보다 1000건 넘게 감독 건수가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든 감독 건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법 위반은 대부분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다면 낫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사실상 무법지대”라며 “특히 경남은 10인 미만 사업장이 굉장히 많은데 1층에 본사를 두고 2층에서 도급 노동자를 쓰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세 사업장에 불법파견된 노동자는 대다수가 고령이거나 외국인데 불법파견 문제 자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결국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가서 법 위반 사항을 하나하나 따져야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중심으로 근로감독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지청에서 매년 사업장 700여 개를 대상으로 종합 감독을 진행하는데 이때 불법파견 문제도 감독하는 것”이라며 “불법파견은 적발하더라도 인정까지 시간이 걸리고 다른 감독과 병행하다 보니 세세하기 챙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법파견을 중점적으로 보려면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모든 과가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감독 과정에서 불법파견 여부도 꼼꼼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두현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이미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도 수사를 안 하는 마당에 불법파견 감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제는 파견법 자체가 잘못됐다거나 파견 가능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정부에서는 노동자를 위한 법은 어떻게든 안 지키려고 하면서 노조를 억압하는 법 조항은 해석을 왜곡해서라도 지키고 있다”며 “현 정부에서 노동자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계속해서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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