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간] 영화 음악 칼럼니스트 심광도 <뮤직 파라디소 2>
창원 음악감상실 '뮤직파라디소' 심광도(54) 대표가 책 <뮤직 파라디소 2>를 냈다. 2020년에 발간한 <뮤직 파라디소>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심 대표는 2018년 5월부터 <경남도민일보>에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이번 책에는 첫 책에 이어 새롭게 추가된 40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지난 책이 주는 아쉬움이 컸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 만들었다고 한다.
"먼저 (그동안) 너무 많은 영화를 소개했기에 모자랐던 디테일을 보강했다. 영화에 대한 정보와 곡 설명 그리고 전하고 싶은 음악 관련해 이야기를 빼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관련 사진과 그림도 늘렸다. 영화를 본 후 느꼈던 감정을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피력하기도 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이러한 추억과 감상을 나누는 게 더욱 좋은 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책 머리에' 중에서)
첫 책을 낸 후 그의 신상에 변화가 컸다. 이미 '프로급 아마추어'로 다양한 공간에 자문을 해주고 있었지만, 책 발간 후에는 강연과 기고 요청이 부쩍 늘었고 어느덧 영화 음악 칼럼니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만든 공간 뮤직파라디소도 처음 자리했던 서상동에서 지난해 의창구 북동 행복의창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3층으로 옮기며 공공성을 더욱 강화했다.
◇영화 음악으로 시작된 인연 = 심 대표는 개인적으로 소장한 CD 3000여 장과 LP 2만여 장으로 2017년 음악감상실 뮤직 파라디소(음악 천국)를 열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였다. 영화 음악과의 인연은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됐다. 당시 외삼촌이 영화 음악을 담은 카세트테이프를 선물했다. 그는 테이프 A면 첫 곡부터 푹 빠져들었다. 첫 곡은 영화 <하타리>(1964)에 수록된 '아기 코끼리 걸음마'였다. 이 곡은 '문리버'를 쓴 미국 영화 음악 작곡가 헨리 맨시니(1924~1994)가 작곡했다. 이 외에도 테이프에는 영화 <해바라기>(198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사운드 오브 뮤직>(1969) 등에 삽입된 명곡이 담겨있었다. 영화 음악은 장르가 다양했기에 음악에 대한 견문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클래식에 푹 빠지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마산 집으로 가던 어느 날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에 있던 음반 매장에 들렀다. 음악은 서울에서 마산까지 5시간 여정을 보내기 좋은 방법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마이마이'(삼성전자)에 새로 산 테이프를 넣었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이 흘러나왔다. 이 곡으로 그는 지휘자 예브게니 므라빈스키(1903 ~1988)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므라빈스키가 지휘한 음악을 찾아 들으며 클래식에 푹 빠져들었다.
대학을 졸업한 심 대표는 마산에 있던 증권사에 취직해 20여 년간 일했다. 보다 자유롭게 음악을 공부하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자 명예퇴직을 선택한 후 2017년 뮤직파라디소를 열었다. 그가 비교적 장벽이 낮은 영화를 통해 클래식을 소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왜 에펠탑에 가보고 싶어 할까요? 인간의 유산임을 알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궁금해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이죠.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클래식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치 있는 문화적인 감동이 몸에서 퍼지면 건강해집니다. 육체적인 건강 말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죠. 그러다 보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곡 한 곡 듣다 보면 어느새 '친근' = 심 대표는 클래식과 차근차근 친해지길 권장한다.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산이 그곳에 있어 오른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클래식이 있으니 한 번 들어볼 일이다. 얼핏이라도 들어본 제목이라면 명산, 아니 명곡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차근차근 계속해서 오르다 보면 그 산은 친구가 된다. 이제 정상까지의 길이 힘겹지 않다." ('책 머리에' 중에서)
요즘처럼 중동 확전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는 책 내용 중에서 <크레센도>(2019)란 영화를 추천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지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어릴 적 이스라엘로 이주한 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평화를 음악으로 실현하고자 했다. 영화에서 지휘자인 주인공은 힘겹게 오케스트라 단원 절반을 팔레스타인 청년들로 채운다. 그리고 첫 연습곡으로 유명한 파헬벨의 '카논'을 선택한다.
"곡은 첼로가 들려주는 8개의 주 음정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변하지 않고 총 28번이나 반복된다. 일명 고집 저음으로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음을 반복해야 한다니 맡은 이는 미칠 지경이다. 이후 세 대의 바이올린이 순서대로 이를 쫓으며 파도처럼 밀려와 다양하게 변형되다 감동이라는 선물을 남긴 채 아련히 사라져 간다. 이쯤이면 감독이 왜 첫 연습 장면에 이 곡을 배치했는지 알 수 있다. 화합이 음악의 본질이라면 그중에서도 카논은 조화의 미덕에 가장 가깝게 닿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이미 완벽한 조화이지 않은가."(29쪽)
음악은 각 장 끝에 있는 추천 음반을 통해 들으면 된다. 예를 들어 카논 연주는 프랑스 지휘자 장-프랑수아 파이야르가 자신의 앙상블을 지휘해 녹음한 1968년 음반이다. 한국 영화 <클래식>(2003)에도 이 음반의 연주곡이 쓰였다. 좀 더 대중적으로는 미국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이 1982년 발매한 <디셈버> 음반에 실린 곡을 추천한다.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에서 쉽게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뮤직파라디소에서 극장용 앰프로 감상하는 것일 테다.
심 대표는 두 번째 책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영화 속 클래식을 계속 글에 담을 예정이다. 사람들이 영화 속 클래식의 가치를 몸소 느끼길 바라며.
348쪽. 불휘 미디어. 2만 1000원.
/백솔빈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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