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거부권 45건 행사 '행정 독재' 따르나"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회에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채 해병 특검법) 재의를 요구했다. 채 해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10번째 법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채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 주도로 통과한 ‘채 해병 특검법’은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었다. “수사 결과를 보고 봐주기 의혹이나 납득이 안 된다면 그때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했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검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 추천 방식 등 내용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며 “절차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고, 내용상으로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 인사권 침해, 헌법상 삼권분립 위배 소지를 지녔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검찰 추가 수사가 개시되기도 전 특별검사를 도입해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수사 대상을 고려한 야당이 수사 기관·대상·범위를 스스로 정하도록 규정한 대목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방어권’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옹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 독주를 하고 입법 권한을 남용해 행정부 권한을 침해할 때 최소한의 방어권이 거부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했고, 최근 이스라엘 안보 원조지지 법안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7개 정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며 “말로는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국민 명령을 거역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대통령 후보 시절에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돼서는 특검을 거부했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채 해병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범인임을 자백한 윤 대통령과 이 정권에 엄중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다.
법학자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거부권은 대통령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면서 “학계에서는 거부권에 ‘내재적 한계’라는 용어를 쓰는 데 이는 확립된 개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무려 45건을 썼다”며 “이런 ‘행정 독재’ 전형을 보여준 이승만 전 대통령 뒤를 따르는 윤 대통령은 이 사실이 자랑스러우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거부권 행사는) 박정희 정부는 19년 동안 5건, 노태우 정부 7건, 참여정부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포함 6건, 이명박 정부 1건, 박근혜 정부 2건이었다”며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정부에서는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헌 소지도 지적하며 “대통령이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민 전체 이익에 들어맞아야 한다. 채 해병 특검법이 국민 전체 이익을 해치느냐”고 따졌다. 이어 “더욱이 채 해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일”이라며 “채 해병 사건에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수사를 왜곡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는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채 해병 특검법 재의결을 추진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법안이 부결·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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