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방향 옳고, 좋은 정책 추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해 총선 패배
반성보다 변명 가까워 야권 비판

용산, 오후 참모진 회의 발언 알려
"국민 뜻 받들지 못해 죄송 언급해"
여론 안 좋자 뒤늦은 사과 '눈초리'

반성이라기보다 변명에 가까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22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참패 관련 의견을 밝혔다. 국정 방향은 옳았고 좋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게 여당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진단했다. 기존 국정 운영 방향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취임 후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려 온 힘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고 총선 패배 원인을 진단했다.

그는 △물가 관리에 온 힘을 다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건전재정 △이자 환급으로 비롯해 국민 부담을 덜고자 애썼고 △부동산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폐해를 바로잡으려 주택 공급 활성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 집값을 낮추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국민 자산 형성을 돕고자 공매도 금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상향해 증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수출 드라이브와 건전 재정, 민간 주도 성장 추진 △탈원전으로 망가진 핵발전 생태계를 회복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육성해 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해 청년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 지원을 늘리고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 경쟁력 강화 △돌봄 학교로 국가 돌봄 체계를 실현하는데 정성을 다하는 등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해도 국민이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률리즘(인기영합주의)은 나라 미래를 망치고,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기에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 마약 같은 것이다. 현재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게 바로 정부 임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현금 지원이나 보편적 복지 확대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고 ‘민생토론회’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겠다”며 “정책과 현장 간 시차를 좁히도록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 쏟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신과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학력 위조·주가 조작·국외 유명 상표 명품 가방 수수·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이와 관련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 호주대사 임명과 ‘도피 출국’ 논란, 실질 물가에 무지를 드러낸 “대파 가격 합리적” 같은 여러 ‘용산발 실책’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윤 대통령 의견 표명에 대조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 우선순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민생’이라는 제1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야권은 ‘독선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국민 메시지는 조금이라도 국정 변화를 기대한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불통의 국정 운영 반성 대신, 방향을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은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혹평했다. 이어 “결국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대통령실 주도 불통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었다”며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총선 민의에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한마디로 국정 전환은 없다는 선언이다. 이대로 쭉 가겠다는 오기”라며 “위기에 처한 여당 말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복기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국 당 대표는 누리소통망(SNS)에 윤 대통령 발언을 ‘나는 국정 기조를 잘 잡았는데 장관과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이 외면했다’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당신입니다. 아직도 모릅니까”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 밝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두고 “당의 선거 운동이 평가받은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국정 운영이 국민의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식이) 매를 맞으면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지 반성한다면 어머니가 주시는 ‘사랑의 회초리’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할지가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며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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