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위기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전을 이루려면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윤 대통령은 1일 총선 정국 핵심 현안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의료계 반발을 진화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현 사태 모든 책임이 의료계에 있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며, 대화에 참여하라고 더 으름장을 놓자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선거 9일 앞 당 내부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담화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 대응에 필요한 최소한”이라고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논란에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면서 합리적 근거를 전제로 증원 방안 논의 여지를 열어 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총선이 코앞인 후보들로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선거 구도를 장악한 상황에 정부가 정책과 태도에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은 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당 열세 지역인 서울·수도권과 낙동강 벨트에서 그런 목소리가 크다.

함운경 서울 마포 을 후보는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쇠 귀에 경 읽기’”라며 “말로는 의료개혁이라지만 ‘국민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그 방식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9일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며 “그렇게 행정 만능, 관치 기능주의에 집착하려거든 국민의힘 당원직을 내려놓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선거구를 옮겨 김해 을에 출마한 3선 조해진 의원은 앞서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었다.

총선 정국 윤 대통령과 정부 태도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유승민 전 의원·조해진 의원과 같은 ‘비윤계’에서 드높다. 특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측 인사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형국이다. 함 후보는 한 위원장이 영입한 ‘탈운동권’ 상징 인물이다.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사 임명과 호주 출국,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부적절한 발언을 기점으로 ‘이게 가능하나’ 싶을 정도로 (당 지지율) 그래프가 급강하하는 것을 여러 군데에서 봤다”며 “(이들 사태로) 민심이 정말 차갑게 반응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총선 지지율 하락 원인이 ‘대통령실’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한 위원장 제안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대전 유성 을 후보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민심을 따르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며 조해진 의원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혼란 속 내분에 휩싸였다. 당 소속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은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함 후보를 향해 “근본 없이 흘러다니다가 이 당에 들어와 주인 행세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가 만든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느냐”면서 “능력이 안돼 선거에 밀리면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읍소라도 하라. 대통령 탓하며 선거하는 여당 후보치고 당선되는 거 못 봤다”고 직격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SNS에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유승민·조해진 등등… 등에 칼을 들이대는 못된 버릇 또 또…”라고 썼고, 함 후보를 두고는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었다고 가벼운 입을 함부로 놀리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라. 그게 답이다 바보들아”라고 적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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