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응급중증환자 전원율 7.3%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수치

도내 시군 간에 의료 격차도 뚜렷
서부 경남 동부보다 열악한 현실
입원해 치료 받는데 300분 더 걸려

문 닫는 지역 병원 늘어 '악순환'
"주민들 타 지역에서 진료 받아"

사는 곳에 따라 생사가 오가는 세상입니다. 과거보다 의료 기술과 인프라가 대폭 개선됐다지만 이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창원·김해·양산·진주를 제외한 14곳은 응급의료취약지역입니다. 응급의료취약지는 종합병원이 없어 입원 환자가 제대로 진료받기 어려운 곳입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입니다.

모든 곳에 완벽한 의료 체계를 갖추는 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환자 생사가 사는 곳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남지역 의료 공백 현주소를 여러 수치를 통해 살펴보고 어떻게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의료 인력과 기반 시설 불균형은 다양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구체적인 수치를 토대로 지역 의료 공백이 도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경남 의사 수는 1.75명이다. 서울(3.54명)보다 2명 가까이 적고 인구 수가 비슷한 부산(2.55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경남 안에서는 국립대병원이 있는 창원과 진주, 양산만이 경남 평균을 넘었다. 산청은 1000명당 0.88명, 거제와 의령이 1명 등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을 밑돌았다. 서울과 많게는 4배까지 차이 났다.

◇숫자로 본 경남 의료 공백 =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지난해 12월 펴낸 ‘2022년 중증응급질환 응급실 내원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경남지역 4대 중증응급환자 전원율은 7.3%다. 전남(13.3%), 충남(12.4%), 경북(9.1%), 전북(8.7%), 제주(7.7%)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다.

전국 평균(5.8%)보다도 높고 서울(4.7%)과 경기(4.3%), 부산(3.7%) 등과의 차이도 확연하다.

4대 중증환자는 급성 심근경색, 허혈성뇌졸중, 출혈성뇌졸중, 중증외상 환자로 당장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이들이다. 전원율이 높다는 것은 이 같은 환자들이 최초 이송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애초에 경남을 벗어나 타지역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진 중증응급환자 비율도 25%로 17개 시도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았다. 타지역 유출률이란 중증응급환자가 거주지역이 아닌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중증응급환자 발생 때 회복에 필요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남지역에서 전원된 중증응급환자들은 주로 응급수술 및 처치가 불가능했거나 전문 응급의료가 필요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더불어민주당·전남 목포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2022년 6월 시도별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응급환자 전원 사유’를 보면 경남지역 중증응급환자 2269명 가운데 340명(15%)은 응급수술 및 처치불가, 전문 응급의료 필요를 이유로 전원됐다. 시설부족으로 전원된 이들은 52명(2.3%)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과 경기 등에서는 시설부족을 이유로 전원 된 비율이 최대 3배 이상 많았다.

다시 말해 수도권과 달리 경남지역에서는 의료 인력이 부족해 환자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료 인력 불균형 탓에 경남지역은 ‘치료 가능 사망률’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국민의힘·비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 제출받은 ‘치료가능 사망률 현황’을 보면 2021년 기준 경남은 47.28명으로 인천(51.49명), 강원(49.61명) 다음으로 높다. 반면, 서울(38.56명)과 경기(42.27명) 등은 전국 평균(43.7명)보다 낮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지역본부와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제동을 건 도의회를 규탄하고 박완수 도지사에게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지역본부와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제동을 건 도의회를 규탄하고 박완수 도지사에게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경남 내에서도 의료 격차 ‘뚜렷’ = 경남 안에서도 대도시와 농어촌 간 의료 격차는 선명하다. 특히 대규모 병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창원, 김해, 양산, 진주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군 의료 공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지역 의료 권역은 크게 진주로 대표되는 서부 경남과 창원을 중심으로 한 동부 경남으로 나뉘어 있다. 인근 대도시 부산과 가깝고 인구가 많은 동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서부 경남은 경상국립대병원 외에 마땅한 종합병원이 없어 의료 체계가 열악하다.

‘2022년 중증응급질환 응급실 내원 현황 보고서’를 보면 중증응급환자 전원율이 창원권역은 2.1%였던 반면 진주권역은 7.1%로 3배 넘게 차이 났다. 또한 급성기 중증응급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300분 이상 차이 났다. 창원권역은 중증읍급환자가 713.7분 만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고 진주권역은 1054.1분이 걸려 입원 치료를 받았다.

또한, 응급실을 지키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역시 창원권역에 집중돼 있다. 군지역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건강심사평가원 의료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10월 기준 경남지역 응급의학과 전문의 99명 가운데 40명이 창원에 분포해 있고 김해 16명, 양산에 12명이 있는 등 절반 이상이 동부지역에 쏠려 있다.

이외에도 의령과 고성, 함양에는 산부인과가 없고 사천, 함안, 창녕, 남해, 산청, 거제, 합천에는 분만실이 없다.

◇지역 의료 공백 악화 부작용은 =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 문제가 장기화되면 간신히 버티는 지역 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 내 의료 불균형 문제도 다양한 혜택과 의사 역량 강화 등으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백근 경남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서부 경남은 아무래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지역이다 보니 종합병원 등이 잘 들어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경상국립대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등 전반적인 의료 환경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 불평등이라고 한 게 오래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의료 공백 문제는 지역민 생명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공공보건사업실장은 “의사들은 의료취약지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곳에서 일하는 의사 임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지역 병원급에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의사들을 구하지 못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쓰게 되는데 나중에는 이마저도 버티지 못해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료취약지 주민들은 마땅히 갈 병원이 없어 경증이든 중증이든 다른 지역으로 가야한다”며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가 보장되는 병원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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