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벌어진 사건...아직도 범인 찾지 못해
사건개요랑 범인 인상착의 펼침막에 걸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상태 좋지 않아
기소중지 사건 재기 신청서 제출해

정신장애인 아내를 강간한 범인을 남편이 10년 넘게 쫓고 있다.

‘11년 전 장애인 강간범 현상금 천만 원’. 붉은색 펼침막이 창원지역 거리 곳곳에 내걸렸다. 이대우(가명·54) 씨는 지난 22일부터 펼침막을 달기 시작했다.

아내 조선혜(가명·44) 씨가 2013년 낯선 남자에게 강간당했다. 조 씨는 정신장애 2급이다.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지 몇 달 만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 씨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범인을 찾고 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이대우(가명·54) 씨가 지난 27일 창원시 의장구 사림동 경남도의회 앞에 내건 펼침막. /최환석 기자
이대우(가명·54) 씨가 지난 27일 창원시 의장구 사림동 경남도의회 앞에 내건 펼침막. /최환석 기자

“저도 나이가 들잖아요. 범인을 찾는 일이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찾지 않으면 내 인생에 후회로 남을 거 같아요. 아내에게도 미안하고요.”

2013년 11월 28일 오후 10시 무렵 이 씨는 아내에게 차 안에 있으라 하고 혼자 물건을 사러 가게에 다녀왔다. 그사이 아내가 사라졌다. 이 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아내를 찾아 무작정 거리를 쏘다녔다.

다음 날 새벽 아내에게서 수신자 부담 전화가 걸려 왔다. 아내는 부산 사상구 괘법동으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다. 아내는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진해경찰서로 가서 수사를 의뢰했다.

아내의 기억에 의존해 범인을 찾아야 했다. 아내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있는 한 야산을 범행 장소로 가리켰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이었던 장소다. 범행 장소 인근에서 아내의 장갑도 발견됐다. 아내는 남자를 피해 달아나려다 장갑 한 짝을 흘렸다.

아내는 범인이 남편과 비슷한 차를 타고 있었다고 했다. 하얀색 8인승 이상 차량이었다. 아내는 범인의 얼굴도 기억해냈다. 이 씨는 아내가 그린 범인 얼굴로 몽타주까지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2~3일이면 자동으로 삭제됐어요. 나머지 폐쇄회로(CC)TV도 상태가 좋지 않아 녹화가 안 된 게 많았죠. 지금까지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던 이유는 영상이 없었던 탓이 커요.”

아내는 정신장애가 있지만 기억력이 좋고 그림도 잘 그렸다. 범인이 탄 차량 번호판도 기억했다. 이 씨는 아내가 기억하는 장소를 찾아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구해봤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경남경찰청은 2014년 7월 16일 이 사건을 용의자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연우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팀장은 “이 씨가 2~3년에 한 번씩 찾아와 문의할 때마다 경찰에서 도움을 줬다”며 “범인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번호를 차량 정비소 등에 문의해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장애인 강간 사건은 공소시효가 없어서 언제든 사건 처리가 가능하다”며 “범인의 DNA가 남아있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라도 범인이 확인되면 바로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 26일 창원지방검찰청에 기소중지 사건 재기 신청서를 내고 왔다. 더 늦기 전에 범인을 잡고 싶어서다. 범인은 키 165㎝의 입이 큰 50대 후반 남성으로 경상도 말씨였다고 한다. 이 씨는 제보를 받을 연락처(010-8460-1857)도 공개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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