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때문에 자동차전용도로 못 달리는 이륜차
“속도 내는 도로에서 사고 위험 높아 안 돼”
자동차전용도로 놓고 권리 주장하는 이륜차 운전자
국민권익위, 국민 의견 수렴해 정책에 반영한다

이륜차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려도 될까. 

정영정(52·함안군 대산면) 씨는 경남지역 모터사이클 동호회 블랙라벨 회장이다. 이륜차를 타고 낯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동차전용도로를 마주할 때가 있다. 이때 진출로가 없으면 난감해진다. 이륜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해 안내받은 경험도 있다. 

자동차전용도로는 말 그대로 자동차의 통행만 가능하다. 정부는 원활한 도로 교통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 자동차전용도로를 지정한다. 도로교통법은 이륜차는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로 통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정 씨는 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렸다가 경찰청에서 경고장을 받은 적도 있다. 

충남 보령 해저터널. /연합뉴스
충남 보령 해저터널. /연합뉴스

자동차전용도로 앞에서 이륜차 운전자는 가던 방향을 돌려야 한다. 창원에서 김해로 갈 때 창원터널을 이용할 수 없기에 김해 진영 방향으로 지나간다. 창원에서 통영과 진주로 갈 때도 자동차전용도로가 있는 진북터널을 피해 간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이륜차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로 정속 운전을 하면 어느 도로보다도 안전하게 탈 수 있을 거예요. 이륜차 사고 대부분이 골목길이나 교차로에서 튀어나오는 이륜차를 보지 못했거나, 이륜차를 이해하지 못해서 승용차 운전자가 밀고 들어왔다가 생기거든요.”

정 씨와 같은 생각을 했던 이륜차 운전자가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륜차 사고 발생 위험성과 사고 결과의 중대성에 주목했다. 이륜차 사고가 나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민성 경남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자동차전용도로는 (신호 체계가 없어서) 속도 내기가 쉽다. 이륜차가 속도를 내면 후면 번호판이라 단속이 어렵다”며 “아무리 좋은 차를 타더라도 시속 70~80㎞ 넘어가는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중상을 입을 수 있는데 이륜차 구조상 사고 위험도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륜차 운전자만이 아니라 전체 시민 안전을 생각했을 때 자동차전용도로 위에 이륜차가 다니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여지를 남겼다. 안전한 교통문화가 정착된다면 일정 배기량 이상 이륜차는 고속도로 등의 통행을 허용하거나, 일정 구간에서 이륜차와 사륜차 사이 차로를 분리하는 등 이륜차의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 통행금지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권리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경기도 의정부경찰서가 의정부시 서부로에 이륜차 통행을 금지했다. 이에 일부 이륜차 운전자가 통행금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이 경찰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부로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였다. 전국에 이륜차 통행을 금지한 일반도로는 40여 곳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항의 차원에서 소송을 했다. 충남 보령 해저터널도 일반도로지만 이륜차 통행을 금지해 소송에 휘말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5일부터 4주 동안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해도 되는지 의견을 묻는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가 자동차전용도로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집단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는 국민 정책참여플랫폼 ‘국민 생각함’에서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이륜차 운전자의 행태,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등에 관한 국민의 인식을 확인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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