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하태규 씨 민사소송 제기해 항소심 승소
"휴업수당과 지연손해금 지급하라"
변화로 이어지나...경상국립대 상고 제기 검토 중
대다수 시간강사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아

강의가 없어 임금을 받지 못한 시간강사(비정규 교수)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는 지난 21일 시간강사 하태규(60)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하 씨가 휴업수당과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 씨는 2019년 9월부터 경상국립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다. 경상국립대는 1년 단위로 하 씨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전경. /경상국립대학교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전경. /경상국립대학교

그는 2022년 1학기에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계약서 조항에 따라 6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하 씨는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학교에 면직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강사에게 3년 동안 신분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때문에 면직 처리가 안 된다고 답변했다.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도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사용자가 휴업 기간에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들어 소를 제기했다.

1심에서는 졌으나 2심에서 뒤집혔다. 피고가 원고에게 휴업수당 358만 9596원과 지연손해금(연 12%)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무효”라며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하게 되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 측을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는 “(대학은) 3년까지 시간강사 임기를 보장하는 법의 취지를 망각하고, 강의가 없는 학기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며 “이런 계약 방식을 무효라고 판결해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하 씨화 처지가 비슷한 시간강사들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 미칠 영향력은 미지수다. 시간강사 대다수가 불안정한 고용 관계에 묶여있어 문제 제기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내 한 대학에 다니는 시간강사도 하 씨처럼 지난해 한 학기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대학과 이미 계약을 맺었기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강의가 없어 강연비나 토론비, 원고료 등으로 겨우 생활비를 벌었다.

그는 “강의가 없는 학기에는 수입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니 너무 불안했다”며 “처지가 같은 시간강사가 얼마나 많을까 싶으면서도 문제를 제기하면 이 자리마저도 없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함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하 씨 사례는 국립대학이니 가능하고 지방사립대 강사는 파리 목숨”이라며 “지방사립대는 시간강사와 계약 해지할 사유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갈수록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고,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는 대학에서는 전임교수를 늘리기 어렵다. 시간강사로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동일노동과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다.

하 씨는 “국립대는 그나마 (시간강사가) 한 학기에 500만 원까지 받을 수도 있지만, 사립대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교수와 시간강사 연봉 차이는 5~10배까지 난다”고 지적했다.

/김다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