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들 십시일반 돈 모아 역사관 구축
옛 자료 모으고 재학생도 정리에 손 보태
"교직원·학생·동문 합심한 결과물" 의미

연도·주제별 사진·영상 찾아볼 수 있어
월급 내역서·기숙사 현황 등도 기증받아
29일 오후 학교 강당서 50주년 행사 마련

한일여자고등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문을 여는 '50년관'에서 김선흥 교장이 보관할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욱 기자
한일여자고등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문을 여는 '50년관'에서 김선흥 교장이 보관할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욱 기자
한일여고 50년관에 있는 '비디오 월(wall)'. 터치만으로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동욱 기자
한일여고 50년관에 있는 '비디오 월(wall)'. 터치만으로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동욱 기자

1960·1970년대 섬유산업 부흥을 이끈 한일합섬 부설 학교이자 전국 최초 산업체 학교인 한일여자고등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이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한일여고는 오는 29일 오후 1시 20분부터 학교 강당 특설무대에서 헌화식, 50주년 공식 행사를 잇달아 연다. 특히 눈길을 끄는 행사는 지난 50년간 기록을 보존하며 앞으로 역사도 담아낼 '50년관' 개관식이다.

50년관은 동문회가 모은 돈으로 만들어졌다. 김선흥 교장은 한일여고 50년 역사에 처음으로 배출한 모교 출신 교장이자 8회 졸업생이다. 김 교장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주부와 70대 할머니 등 졸업생 559명이 적게는 1만 원부터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50년관 구축 비용을 보탰다"며 "이들이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자료도 선뜻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1974년부터 매해 10점부터 200여 점까지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자료가 모였다.

50년관은 학교 1층 빈 교실을 활용했다. 내부에는 터치만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비디오 월(wall)'이 설치됐다.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도별로 검색할 수 있고, 카테고리(범주)로도 사진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수출의 날 기념식과 대통령 시찰 등을 담은 <대한뉴스>, 입학식, 훈화 말씀 등 역사의 장면들이 남아 있다. 시민들도 평일에는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

박항신 교감은 "영상 역사박물관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앞으로 자료 또한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여고 7회 졸업생이 기증한 수기 월급 내역서.
한일여고 7회 졸업생이 기증한 수기 월급 내역서.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977년 2월 우등상 상장.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977년 2월 우등상 상장.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성적증명서.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성적증명서.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977년 2월 졸업식 안내장.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977년 2월 졸업식 안내장.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그날이 올 때까지' 원고.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그날이 올 때까지' 원고.

앞서 교직원과 동창회 등이 전담팀(TF)을 꾸려 자료를 모으고 50년관 디자인도 함께 논의했다. 1회 졸업생인 박만자 씨가 한일여고 역사관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3학년 학생들은 사진 기록에 연도와 행사명 등 설명을 붙이고 정렬하며 스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졸업생 기증 자료를 보면 교복, 생활기록부, 앨범 등 다양하다. 그 당시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 여성 노동자들의 흔적이다.

1977년 1회 졸업식 때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찍은 사진, 1977년 2월 우등상 상장, 1979년 2월 성적증명서 등도 있다. 1977년 졸업식 안내장에는 식순과 함께 졸업예정자 수가 1258명으로 적혀 있다.

7회 졸업생이 기증한 당시 월급 내역서를 보면 주간출근일수, 야간출근일수, 잔업 시간, 일급, 기본급, 야근수당, 생리수당, 장려금·납부세·방위세·재형저축 등 공제 내용이 쭉 적혀 있다. 월별 지급 총액은 각각 6만 3523원, 6만 5702원으로 나온다. 월급 내역서는 수기에서 타자기 기록으로 전환된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1980년 6월 한일합섬본사기숙사 현황 자료를 보면 저축 실태(1억 4500만 원)와 함께 월별 사생 수는 75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회 졸업식 사진.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찍었다.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회 졸업식 사진.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찍었다.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980년 6월 한일합섬본사기숙사 현황.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1980년 6월 한일합섬본사기숙사 현황.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한일여자실업학교 1976학년도 학교요람.
한일여고 졸업생이 기증한 한일여자실업학교 1976학년도 학교요람.
한일여고 50년관에 보관된 각종 트로피와 표창장.
한일여고 50년관에 보관된 각종 트로피와 표창장.

한일합성섬유공업㈜ 방적2부 2과 한 재학생이 쓴 '그날이 올 때까지'라는 27장 분량 원고지도 기증됐다. 그는 "경북 문경이라는 광산촌에서 2남 1녀 중 막내 외동딸로 태어나 비록 가난한 가정이었지만, 광부인 아버님과 어머님의 알뜰하신 살림살이로써 그나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명언과 같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하고 생활해 국가와 사회가 바라는 한국적 여성이 될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썼다.

오는 30일에는 동문회 총회도 열릴 예정이다. 한일여고 총동문회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동문 문집 <팔도잔디의 꿈>을 펴내기도 했다. 학교 설립 이후 학생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전국 팔도에서 가져온 잔디로 학교 운동장을 덮었는데, 학창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일여고는 국내 여성 교육사와 국가 산업 발전사에서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74년 1월 학교법인 한효학원(초대 이사장 김한수)이 설립됐고, 그해 2월 한일여자실업학교 인가에 이어 3월 30일 학생 1680명 규모로 개교했다.

1992년까지 유지했던 산업체 학교는 한일전산여고로 교명을 바꾸면서 일반 학교로 전환했다. 2015년 7월에는 현 한일여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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