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장의 총선 출마를 시작으로 도의원, 시의원 선거까지 줄줄이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이들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됐다. 정치인들 야망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밀양시장·도의원·시의원 보선 비용 부담은 오롯이 시민 몫으로 남았다. 선거비용은 무려 12억 1062만 3000원이다. 결국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고 주민들만 번거롭고 혼란스럽게 만든 꼴이 돼 버렸다.

밀양 유권자들은 내달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보궐선거만 3개를 치러야 한다. 전례가 드문 줄 선거 시발점은 박일호 전 밀양시장이다. 지난해 12월 박 전 시장은 22대 총선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출마하려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공천을 받으면서 거의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줄 알았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장 재직 중 뇌물수수 혐의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천 취소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공천결정 효력정지 및 공천 지위 회복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박 전 시장은 여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던 길을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빈자리를 차지하고자 도의원이 사퇴했고, 그 도의원 자리를 차지하려고 시의원이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더 좋은 자리를 넘보던 욕심은 헛물만 켠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애초 그들을 선택했던 유권자 표는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어버렸다. 밀양의 도미노 선거는 국민 혈세가 드는 것도 큰 문제로 제기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선거제도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정치적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그 책임도 함께 져야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

거대 양당은 정당 귀책사유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말들을 해왔고 당규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규정이 있다지만 그동안 그때그때 달라지고는 했다. 국민도 이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출마하려는 이들조차 염두에 두지 않는다. 정당의 공천 배제는 물론 선거비용까지 원인자가 부담하도록 법제화돼야 그런 관행을 끊을 수가 있다.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이 부분의 정치 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국민 모두가 눈을 부릅떠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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