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 정책 답변 분석]
(7)정치개혁 방안

준연동형 비례제 문제 여야 공감
야권 "연동형"-여당 "병립형" 주장
선거제 의원들이 못 정하게 하고
지방소멸, 여성·청년 할당 고민도
"궁극 목표 분권 사회" 후보도 있어

21대 후반기 국회는 정치개혁 열기로 가득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다당제 정치개혁’을 공약하고, 2023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면서 ‘총선을 1년여 앞둔 이때가 정치개혁 적기’라는 공감대가 확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곧장 의장 직속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국회의원 151명은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국회 밖에서도 진보·보수 시민사회단체가 논의를 추동했다. 국회는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로 법정 기한(총선 1년 전) 내 선거제도 개편 의지를 불태웠지만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연동형-병립형-권역별 등 비례대표 제도 관련 여야와 지역구 의원별 견해차가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5월에는 한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제도 개편 국민 공론조사’도 했다. 시민참여단 500명은 숙의 토론으로 비례대표 확대에 공감했다.

그럼에도 선거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2+2 협의체’ 손에서 정리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결정했고, 선거구는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 2월 29일에야 정리됐다. 정치권이 약속하고 국민이 열망한 다당제 정치개혁도, 비례성·대표성 확보를 위한 비례대표 확대도 거대 양당 이익 계산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5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선거제도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선거제도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 개편 독립적 위원회 위임 = 이는 국회의원이 선수로 뛰는 선거 규칙을 의원 손으로 정하도록 한 데서 비롯한다. 선거제 개편을 국회가 맡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여야 후보가 있었다.

민홍철 민주당 김해 갑 후보는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립하고 선거구 획정은 선거 6개월 전 국회에서 의결하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욱 국민의힘 창원 진해 후보도 “영국,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의회정치 선진국은 선거제도 개편안을 독립적인 위원회에 맡기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외부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제도 개혁을 국민에게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진주 갑 후보는 “국회의원 세비도 이를 결정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해 국민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 하원은 보수 결정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의회윤리심사기구’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4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국회를 견학 온 초등학생들이 선거제도 개편 전원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국회를 견학 온 초등학생들이 선거제도 개편 전원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제…야 “연동형”-여 “병립형” = 다당제 정치개혁 초석인 비례대표제를 두고 여야 후보들은 준연동형 폐지에 대체로 공감했다. 준연동형은 4년 전 21대 총선 때 도입됐는데 다수당이 비례정당을 따로 만들어 의석을 더 확보하려는 위성정당 꼼수 폐해도 생겼다.

민주당 후보들은 대체로 완전 연동형 비례제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고서 지역구 의석수가 전체 그 정당이 확보할 의석수보다 적었을 때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갈상돈 민주당 진주 갑 후보는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애초 선거개혁 정신이 퇴색된 반쪽짜리 입법”이라면서 “근본적으로 비례성이 더 확보되도록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북유럽식 권역별 정당명부식 전면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선거 비례성과 다당제를 강화하는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례대표 100명을 추가해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400명으로 늘리고, 비례 비율을 확대하는 개정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윤경 민주당 사천·남해·하동 후보도 “진영 적대 정치를 조장하고 승자독식 구조인 현행 선거제를 유권자 의사가 의석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회 전체 운영비를 늘리지 않는 조건으로 의석 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여영국 녹색정의당 창원 성산 후보는 이들 견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해인 위성정당을 방지할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더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에 갈상돈 후보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논란이 없는 ‘병립형’ 회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상관없이 정당명부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박대출 후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복잡한 선거법으로 ‘국민은 몰라도 된다’ 식 선거제도”라면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고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내 대표적 농촌지역이자 초거대선거구인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 /경남도민일보 DB 

◇여성·청년 할당, 지역소멸 방지 개혁 = 민주당 후보들은 수도권-비수도권 의석 수 차이 극복, 지역주의 완화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이재영 민주당 양산 갑 후보와 우서영 민주당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는 “지역균형 비례대표제로 비례 의석을 늘리고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되, 지역 불균형을 없애고자 비수도권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남성과 중년 중심 국회에서 성평등과 다양한 연령 비례성을 확보하려면 여성·청년 확대, 나아가 의무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후보도 있었다. 우 후보는 “여성과 청년 의무 공천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명시하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지역 4개를 한데 묶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후보들은 ‘농촌 대표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꼽아 해결을 약속했다. 산청·함양·거창·합천지역 현역 김태호 국민의힘 양산 을 후보는 “비수도권 인구 감소에도 선거구 획정 시 인구 기준(2 대 1) 준수로 농산어촌 지역 초거대 선거구 발생은 지역 대표성을 소홀히 해 지방소멸을 더 심화시킨다”며 “정치적·사회적 합의로 지방소멸과 지역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범 국민의힘 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해 도시는 중선거구, 농촌은 소선거구제 채택으로 대표성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도농복합도시 김해지역 3선 의원인 민홍철 민주당 김해 갑 후보도 “인구 수만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은 농산어촌 지역 대표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 간 균형발전 원칙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3선·보좌관 15년 경력의 조해진 국민의힘 김해 을 후보는 선거제도 수정보다 분권 사회 구현이라는 근본적 변화에 주목했다. 조 후보는 “30년 가까이 정치에 몸담으면서 승자독식으로 말미암은 정치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봐왔다. 정치개혁의 큰 방향은 분권이라고 본다. 대통령, 의회, 정당, 기득권층 등 분야별 집중된 권력을 고르게 나눠서 각자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행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나 역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천 기자
#총선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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