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이 군수를 비판하는 펼침막을 허가하지 않아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게 됐다. 의령군은 인권위 권고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행정 위에 군림한다는 자치단체장 권력에 말들이 많은 터에 군수에 대한 비판을 막고자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를 해치는 행태를 서슴없이 저질렀다. 겨우 펼침막 정도의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뿌리를 헤쳐보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몹시 중요한 일이다.

의령군은 지난해 옥외광고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번에 문제가 된 펼침막 게시를 불허했다.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펼침막이 특정 개인을 비방하고 있기에 금지 광고물이라는 것인데 군수가 특정 개인인지 군민 위에 군림하는 특수 개인인지 분별력부터 키울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는 의령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고, 그 근거로 오태완 군수가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주민이 알아야 하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기 때문에 금지 광고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모든 일에는 일이 그렇게 될만한 이유가 깔려있다. 의령군이 이런 행태를 보일 수 있었던 첫 단초는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다. 옥외광고물법에는 공무원 심의위원이 절반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의령군 심의위원 9명 중 6명이 공무원이었다. 이러니 광고물 게시를 불허하면서 처분 근거와 이유도 밝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의령군의 이번 행태는 무분별한 형태의 옥외광고물을 바로잡자고 만든 법을 군수를 위해 악용한 사례이다. 단순히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은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정도면 의령군의 모든 행정이 군수 입맛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의령군 공무원은 군민을 위한 행정을 펴야 한다. 군수를 위해 일하라고 세금으로 급료를 주고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의령군은 국가인권위 권고대로 옥외광고물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해당 펼침막 게시를 허용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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