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복원과 현명한 이용 앞장선 경남
사회대통합위원회 생태자원화 논의를

오늘은 매화향 맡으며 동네 한 바퀴다. 나무며 새들에게 일일이 안부를 물었다. 따오기 한 마리는 거짓말처럼 내가 사는 창고도서관 앞에서 선회 비행하다 떠났다. 곧 봄을 맞아 도서관과 자연학교 겨울 묵은 때를 벗겨 내고 내부 정리를 해야겠다. 반가운 생명이 우포늪에 나타났다. 10여 년 전에 두루미(단정학) 한 마리가 우포늪에 나타나 이웃집 정봉채 사진가와 관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새롭다. 이번에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은 곧 해소되었다. 페이스북에서 익히 보아왔던 두루미다. 그래서 거제 산촌 습지에서 지극정성으로 한 달 동안 돌보아 주었던 김영춘 활동가에게 연락했다. 지난 2월 4일 산촌습지에서 떠난 '루미'를 우포늪에서 8일 오후 발견하였다는 소식에 반가워했다. 그렇게 우포늪에서 자유롭게 먹이활동을 하던 '루미'도 지난 9일 떠났다. 두루미는 휴전선과 일본 북해도를 기점으로 남쪽으로는 오지 않는 조류여서 한 번씩 나타나면 상서로운 기운을 나누어주는 영물로 사람들이 반기는 것이다. 두루미 등 겨울 철새가 떠날 즈음에는 늘 허전하고 서운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야생에 방사한 따오기의 '따옥따옥' 힘찬 울음소리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웃집 85세 할머니는 예전에는 닭 울음소리에 잠을 깼는데 요즘은 따오기 소리에 잠을 깬단다. 특히 봄이 오는 소리를 제일 먼저 감지한 야생들은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을 푸는 날갯짓을 하며 산란 준비를 한다. 따오기 또한 힘찬 울음소리로 봄을 부른다.

매화향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에 일본환경교육학회 소속 교수 네 분과 활동가 한 분이 우포늪을 찾았다. 마을 찻집에서 작은 선물 교환을 마치고 어떻게 먼 길을 오셨는지를 물었다. 우리가 20년 전에 결성한 '일중한환경교육교류회'를 조직한 초기에는 일본 환경교육이 앞서간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습지교육'을 통한 생태전환 현장교육과 기후위기 대응 행동 교육을 보면서 그 원인과 실제로 어떻게 교육하는지를 알고 싶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2년 스위스(중국)공동 람사르협약 총회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12차 람사르당사국총회(2015년)의 '습지도시 인증제' 결의안, 14차 총회(2022년)의 '공교육 분야에서의 습지교육' 결의안 채택은 '신의 한 수'였다고 극찬했다.

그렇다. 경남은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 준비를 하면서 2002년 주남저수지에서 총회 유치를 기원하는 민관 협치를 시작으로 지구촌 생물의 40%가 사는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과제 설정을 일찍이 하였다. 낙동강 수생태계를 토대로 지역 습지생태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가치가 정립된 까닭이기도 했다. 그 성과로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2008 논습지결의안, 2018 습지도시결의안, 2022 공교육습지교육결의안을 국제협약 속에 통과시킨 일은 일관된 생태습지 다양성 복원 설계과정이다.

이런 성과물을 보고자 3일 동안 함께한 습지교육 현장이 우포생태교육원과 대지초등학교 그리고 순천만의 인안초등학교 등이었다. 다음 과제는 낙동강 변 훼손된 습지 복원과 현명한 이용이다. 그래서 경상남도사회대통합위원회에 '낙동강과 남해안의 자원화를 통한 보전과 활용 방안 도출'을 위한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행정과 전문가, 주민, 시민사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 주기를 기대하며….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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