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11일부터 대형 병원 20곳에 공중보건의(공보의) 138명, 군의관 20명을 투입했다. 병원에서는 "도움은 되겠지만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다음 주 군의관 50명, 공보의 150명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의료 취약지역에서 일하는 공보의를 차출해 대도시 대형 병원에 투입하는 정책으로 벌써 농어촌의 진료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남에서 일하던 공보의 17명도 지난 11일 의료 공백이 큰 대형 병원으로 파견됐다. 18개 시군 가운데 15개 지자체에서 1∼2명씩을 뽑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5곳에 배치했다. 차출 기간은 4주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일하던 군의관 1명도 이들과 함께 경상국립대병원에 파견되었다.

당장 공보의 업무 부담 가중이 커지고 지역민은 원하는 시간에 진료받기가 어렵게 되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공보의 차출에 당황하며 공백이 길어질 것에 대한 염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한 달이 다 돼가면서 국민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전국 대형 병원에서 시작한 의료공백 위기감이 시골 지역까지 확산해 의료붕괴 상태까지 이르게 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마침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들은 의사 수를 늘리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못 박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한발씩 물러서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되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강공으로만 밀어붙이는 것도 걱정스럽다. 의료계와 정부가 국민 생명을 걸고 극단적인 치킨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해법은 싸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자리를 비운 의사들은 즉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며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의료계와 대화하라.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