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한 번에 두 켤레 신발을 신을 수 없다.' '면세점 거부'로 알려진 척 피니가 '자발적인 가난'을 결심하면서 마음에 새긴 문장이라 한다. 알려진 기부액만 10조 8000억 원인 척 피니가 지난해 말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방 2칸 소형 임대주택이었고, 그의 손목에는 1만 4000원짜리 시계가 있었다. "살면서 모든 것을 기부하고 가겠다"는 약속답게 그는 13년에 걸쳐 전 재산을 차례로 기부하고, 빈 몸으로 세상과 작별했다.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척 피니'도 많을 것이다. 비록 한국이 기부 후진국이기는 하지만 상부상조가 몸에 밴 한민족의 역사에서 '기부왕'들은 역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한민국 기부왕' 혹은 '경상남도 기부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도의회에 입성하고부터 줄기차게 기부자 명예의 공간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5분 발언을 하자 도는 홈페이지에 '사회공헌자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고마운 일이지만, 기부를 촉진할 모멘텀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나이 되고 보니 주변에 부자 지인들이 몇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주변 도움과 여러 행운이 겹쳐 큰돈을 만지게 된 데 대해 사회에 환원하려는 마음이 있다. 다만 행동으로 옮길 모멘텀을 못 찾은 것이다. 호랑이도 가죽을 남기는데, 평생 일군 재산 중 많은 부분을 기부하면 적어도 이름은 남아야 한다.

그것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은 모르게 하라'는 구절과는 상관없다. 이 구절에서 왼손은 남이 아니라 '나'다. 내가 한 일의 자랑 혹은 오만을 내 마음에 남기지 말라는 뜻이다. 오히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아름다운 선행을 기록하고 또 오랫동안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기부자 명예의 전당 건립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름과 액수만 달랑 박힌 명패 말고, 사진과 함께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기부하게 되었는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고액기부자뿐 아니라 재능기부자도 넣어야 한다. 중장년층이 명패나 작은 흉상으로 기념하기를 원한다면, MZ세대는 이 공간에 와서 재미와 가치를 지향하면서 기부할 수 있는 퍼네이션(펀+도네이션)이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기념관 앞에는 공원도 만들어 부모들이 아이 손잡고 놀러 와 우리 사회가 '기부왕'들을 어떻게 예우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런 기부자 명예의 전당을 꿈꾼다. 그리고 이 꿈은 절대 접지 않을 것이다.

/최동원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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