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문방구를 지키는 동산문구사 박명복, 학생문구사 윤선희 대표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문구점 크게 줄어
분식점 개점, 쿠폰 발행 등 탈출구 모색도
대 이은 단골 손님 등 버팀목 돼

3월 신학기, 아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학교 앞 풍경도 많이 변했다. 등·하굣길 인기였던 문방구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경남 지역 서적 및 문구용품 소매업은 2009년 1472곳이었다가 10년 후인 2019년에는 958곳으로 35%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굳건히 30년 아이들의 든든한 벗이 되어준 문방구 사람들을 만났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무학초교 앞 ‘동산문구사’ 박명복(72) 대표, 월영초교 앞 ‘학생문구사’ 윤선희(65) 대표는 예전만큼 찾는 이는 줄었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무학초교 앞에서 35년째 운영 중인 동산문구사. /김구연 기자
무학초교 앞에서 35년째 운영 중인 동산문구사. /김구연 기자

◇살아남은 문방구= “우리 가게 영화에도 나왔습니다.” ‘동산문구사’ 박명복 대표는 2007년에 나온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 영화에 단역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주인공 아이가 뭘 사러 오면, 물건을 내주는 역할을 했다”며 웃었다.

영화 속 모습은 그의 실제 모습이다. 지난 11일 무학초교 앞 등굣길에 그는 내내 아이들에게 찾는 물건을 내주고 있었다. 과자, 노트, 연필, 스티커, 뽑기, 펀치 기계 등 온갖 물건이 펼쳐져 있다. 1989년 문을 연 문구점은 어느덧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침 6시 30분이면, 물건들을 내놔요. 5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진열하는데 1시간 넘게 걸립니다. 여기에 11개가 넘는 문방구가 있었는데, 이제 나 혼자 살아남았어요. 문구점들이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1992년부터 32년째 월영초교 앞 ‘학생문구사’를 운영하는 윤선희(65) 대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윤선희 '학생문구사' 대표가 문구점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우귀화 기자
윤선희 '학생문구사' 대표가 문구점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우귀화 기자

윤 대표는 “예전에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었다. 지금 40대가 된 우리 아이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생이 너무 많아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서 갔다. 한창 잘될 때 문구점이 일곱 집이 있었는데, 이제 절반은 문을 닫았다”며 바뀐 환경을 설명했다.

◇아이돌 스티커가 제일 인기 = 과거에는 신학기 가장 인기였던 품목은 바로 체육복.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체육복을 지급하면서 이제 창고 재고품이 됐다. 박 대표는 “체육복 재고 100개가 아직 창고에 그대로 있다. 대구에 체육복 업자가 있었는데, 장사가 안되니까 아예 재고를 받으러 오지도 않았다”며 한숨지었다.

최근 동네 문방구 인기 품목은 1000원 짜리 아이돌 가수 스티커다.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다. 박 대표는 “우표만 한 조그마한 스티커가 몇 개 들었는데, 인기가 많다”고 했다.

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직전 분식점도 열고, 쿠폰까지 발행하며 나름 탈출구를 찾고 있다.

학생문구사에서 발행하는 쿠폰./우귀화 기자
학생문구사에서 발행하는 쿠폰./우귀화 기자

“예전에는 스승의날, 어버이날에 꽃도 참 많이 팔았는데, 지금은 거의 안 나가요. 운동회도 밖에서 잘 안 하고 해서 준비물 사가는 게 많이 줄었어요. 5년 전쯤 며느리까지 손을 보태서 문구점 한쪽에 분식점도 시작했지만, 지금은 손님도 줄고 해서 혼자 해요.”

인터뷰 도중 아이들이 ‘쿠폰’을 내밀며, 음료와 라면을 사 갔다. 자세히 보니 500원, 1000원 쿠폰이었다. 학생문구사에서 5000원 이상 물건을 사면, 10% 할인 쿠폰을 줘서 이전에 받은 쿠폰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도 계속된다= 과거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문방구를 계속 여는 이유는 뭘까.

동산문구사 앞에 놓인 펀치, 뽑기 기계들./우귀화 기자
동산문구사 앞에 놓인 펀치, 뽑기 기계들./우귀화 기자

박 대표는 아이들에게서 힘을 많이 얻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문방구를 많이 애용한다. 여긴 만물상이다. 방학 때 문 닫으면, 문 열라고 야단이다. 칠순이 넘었지만, 손자 같은 손님 맞는 일을 힘닿는 데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상황이 녹록지 않아도 찾아주는 단골손님 덕에 버틴다고 했다. 대를 이은 문방구 단골도 몇몇 있다고 했다.

2대 째 단골이라고 밝힌 최 모(40) 씨는 “여기오면 아이들과 뽑기도 하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재미가 있다. 문방구 사장님이 급할 때 아이들이 챙겨가지 못한 준비물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원 차 오기까지 시간이 빌 때 봐주시기도 해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현재 전국 7800여 문방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문구점이 줄었다. 통계청은 2019년 조사 이후 세부 집계를 하지 않아서 자체적으로 전국 단위로 조사하고 있다”며 “학령 인구 감소, 온라인 판매 증가, 다이소 개점,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등으로 문구점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우귀화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