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돈 달라고 하면 스트레스 안 받으세요?" 퇴직금을 체불한 사장이 한 말이다. "체불된 퇴직금을 지급하셔야 한다"고 하니 나의 스트레스를 염려하신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줄 어찌 알고 걱정까지 해주니 감사한 일이나, 이 상황에서 가장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바로 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다.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법적으로 주라고 정한 퇴직금을 안 주니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대리인을 통해서라도 받고자 염원한 것인데, 정작 사장은 진짜 어려운 사람은 외면하고 엉뚱하게 다른 사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임금을 체불하여 고용노동부에 불려가더라도 합의만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임금체불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진정인이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의 퇴직금을 줘야 하지만 500만 원만 주기로 노동자와 합의하면 끝이란 말이다. 500만 원을 받는 대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정 취하서 등을 제출하기로 합의하기 때문이다.

돈 줄 사람이 안 주고 버티면 노동자 생활은 갑절로 어려워진다. 통장에 몇 달 치 생활비를 쌓아두고 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임금이나 퇴직금이 체불되고 받을 날이 요원해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을 깎아서라도 합의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는데 이게 진짜 해결된 것이 맞는지가 늘 의문이다. 금전적인 부분만 고려하면 이 상황에서 수익을 본 사람은 사장인 셈이다. 더욱 문제는 이런 임금체불 합의 과정을 겪어본 사업주들은 반복해서 임금체불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내 스트레스를 걱정해 주던 사장은 "이전에도 노동부에 몇 번 가보고 해서 내가 잘 안다"며 "퇴직금의 50%만 지급하는 걸로 합의하자"고 초면에 제안했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근로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근로감독 이후에도 상습적으로 법 위반이 발생한 사업장에 '재감독'이라는 것을 신설하고, 고액·다수 체불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원칙으로 대응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체불 등에도 신고가 힘든 재직 노동자의 익명 제보를 토대로 기획감독도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는 '엄정한 근로감독을 통해 약자를 배려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근로감독을 추진해 나간다'고 하는데 실감 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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