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13주년 기획]
일본 원전 전문가 고토 마사시 인터뷰

도시바서 30여년 근무하다 2009년 퇴직
퇴직 전 폭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설계

예기치 않은 큰 사고에 자책감 사로잡혀
발생 직후 인터넷으로 사고 상황 연일 해설

원자력 발전 안전성 무관심한 이들에 분노
윤석열 원전 띄우기에 "원자력 의지 위험"

오염수 방류 계속...원전 발전 못 막아 후회
남은 여생 원전 위험성 알리는 데 쓰고파

올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지 13주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원자로를 영구 폐기하는 작업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없습니다. 폭발 사고 피해도 컸지만 앞으로도 쌓일 피해는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원전이 곧 민생”이라고 외칩니다. 이런 상황이 원전 전문가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한 고토 마사시(75) 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설계자 고토 마사시 씨. 그는 1989년 도시바에 입사해 원자력 발전소 설계 부문에서 일하다가 2009년 퇴사했다. 폭발사고 발생 2년 전이다. 고토 씨가 몸담았던 도시바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3호기 제조사다. /고토 마사시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설계자 고토 마사시 씨. 그는 1989년 도시바에 입사해 원자력 발전소 설계 부문에서 일하다가 2009년 퇴사했다. 폭발사고 발생 2년 전이다. 고토 씨가 몸담았던 도시바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3호기 제조사다. /고토 마사시 제공

고토 마사시 씨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원전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989년 ㈜도시바에 입사하고 나서 줄곧 원자력 발전소 설계 부문에서 원전 설계자로 일했고, 30여년간 근무하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기 2년 전인 2009년 퇴직했다. 원자로 격납용기와 사고 때 방사능을 가두는 강철 또는 철근 콘크리트 용기 설계를 담당했다. 격납용기가 사고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온도와 압력에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하고 실험하는 일도 수행했다. 비등수형(BWR), 가압수형(PWR) 두 가지 상업용 원전이 있는데 BWR 연구를 맡았다. 그는 재직 기간 하마오카 원전을 포함해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도 참여했다.

- 원전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다. 원전 사업을 찬성했을 텐데.

“도시바에 들어가기 전부터 원전이 안전하다거나 원전에 찬성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나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리고 다양한 서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전부터 작은 연구회에서 필명으로 원전의 위험성이나 문제점을 쓰기도 했다. 다만 기술자로서는 원전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았다. 일할 때는 찬반 입장을 잊고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하는 일에 집중했다.”

- 원전에 반대하게 된 계기는?

“대부분 기계나 장치,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장치는 망가져도 사람 안전을 확보할 길이 있지만 원전은 그렇지 않다. 원자로는 기계에 문제가 생겨 정지하려고 해도 반드시 정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것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확인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나.

“오히려 원전 사고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일본에서 일어났을 때는 마음속 깊이 동요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후회하는 것보다 사고의 정확한 정보를 일반인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사고 후로 인터넷을 통해 사고 상황을 연일 해설했다. 당시 정부와 도쿄전력의 발표와 규제 당국의 발표는 대부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지금도 사고 직후와 같은 마음인데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 재가동이나, 수명 연장에 매진하는 모습에 놀라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 원전 업계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나.

“사고 전에 진심으로 원자력 발전을 멈추려고 노력하지 않은 점이 후회된다. 뼈아픈 심정으로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고토 씨는 "함께 일한 주변에 원전 전문가들은 어떤가."같이 연구 작업을 하던 3명 중 2명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해 온 일인데, 이런 사고를 일어났다'면서 원자력 발전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아마도 많은 원전 전문가 중에는 후회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거다.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은 그다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고토 씨 근무복을 입고 서 있다. 그는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함께 일한 주변 원전 전문가 가운데 원전 업계에 발을 들인 걸 후회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에 "같이 연구 작업을 하던 3명 중 2명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해 온 일인데, 이런 사고를 일어났다. 원자력 발전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많은 원전 전문가 중에는 후회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은 그다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고토 마사시 제공

고토 마사시 씨는 답변지 곳곳에서 원전 위험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른 전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안정한 전원이라는 점을 들어 국제적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원전은 모두 멈춰 세워야 한다고 했다. 테러나 외부 공격에 취약한 데다 결코 가성비가 좋은 발전 방식도 아니라고 짚었다.

-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친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원전 특성과 사고 무서움에 무관심하고 무지하다. 이는 일본 보수진영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 발전이나 고용 유지 같은 핑계는 그저 환상이다. 올해 새해 첫날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으로 지반이 4m나 융기한 것을 보더라도 도저히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노후 원전의 사고 발생 위험은 전혀 작지 않다.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원전의 격납용기 콘크리트에서 큰 공동이 발견됐다. 만약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운전하면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 윤 정부가 소형 모듈 원전(SMR) 띄우기도 한창인데.

“원래 원전은 대형 건설로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게 목적이다. 소규모 원전은 일본 전력회사 등은 경제성 문제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SMR은 원자력의 주류가 되는 일은 없을 거다. 벽지나 섬 등 교통이 불편한 한정된 지역에서 쓰는데 소형이든 대형이든 핵폐기물을 생산하는 것은 똑같다. 피해 범위 차이는 있겠지만 원전이 가진 위험성과 약점은 그대로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경남에 소형 모듈 원전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계획도 있다.

“원자력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 비록 일시적으로 좋아 보여도 장래 반드시 문제가 되는 시대가 분명히 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는 정책을 변경해도 늦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 곳에 6대나 되는 원전이 있었던 것이 사고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조차 다수 입지에 따른 위험이 크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고 오염수도 계속 쌓이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내에는 핵연료 데브리(사고로 녹아 연료나 금속, 콘크리트가 굳어버린 물질)가 총 880t이나 된다. 이게 여전히 남아 있고 이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오염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30년이 지나도 해양 방출은 멈출 수 없다. 언제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전문가로서 원전 정책 폐기 필요성을 계속 말할 생각인가.

“원전을 만들었던 기술자로서 짧은 남은 인생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진정한 두려움과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교훈을 널리 전하는 데 바치고 싶다. 그리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원전 사고 위험성을 피하려면 원전에서 가능한 한 빨리 철수해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하고 싶다. 만약 한국에서 내가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면 비록 적은 인원이라도 기꺼이 얘기를 나누겠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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