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버스를 4번 타야 했다. 부산 화명동에서 구포시장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구포시장에서 김해 인제대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질릴 법도 한데, 나는 버스를 좋아했다. 기사님의 친절한 인사에 기분이 좋아졌고, 차창 바깥으로 계속 바뀌는 풍경을 보는 일이 즐거웠다. 택시를 타지 않아서 아낀 돈을 생각하면 만족감을 느꼈다.

지난달 29일 김해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버스는 912번이다. 과거에는 128-1번이었다. 내가 타고 다니던 통학버스, 128-1번이었다. 내가 매일같이 타고 다니는 버스를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 버스를 운영하는 신어BTS가 기사들의 음주운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았다. 버스회사는 오전에는 음주여부를 측정하지만, 오후 교대 근무자는 하지 않았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었다. 제보자는 이 일이 있고 나서야 버스회사가 음주 측정기를 가져오고, 음주 측정 기록지를 꾸며냈다고 털어놨다.

김해시는 1년에 4번, 분기별로 버스 회사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간다고 한다. 음주 측정 기록지만 봐서는 평소에 제대로 음주 측정을 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현행 관리·감독 방식에만 기대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창원시 제일교통을 취재했다. 제일교통 대표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동자들은 각종 수당이 여전히 체불되고 있고, 제일교통이 정비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어서 시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시내버스 회사는 적어도 6명, 많게는 9명의 정비 인력을 두고 있으나 제일교통 정비 인력은 2명에 그친다. 회사에 상주하는 정비 인력이 없으면 신속한 정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문제가 생기면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다는 창원시의 답변에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버스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크기 때문에 안전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고쳐지지 않고 있어서다.

때마다 버스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버스회사와 지자체가 안전 관리·감독에 소홀하다는 기사는 그만 쓰고 싶다. 버스 안전이 강화된 덕분에 사고율이 대폭 줄었다는 소식을 전달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김다솜 시민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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