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주제 관련 캐릭터·상품 아쉬워
재개장 앞둔 테마파크 변신 시도를

얼마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아가다 내비게이션 주소를 잘못 찍어 '마산 로봇랜드'까지 가버렸다. 로봇랜드 입구에는 '현재 휴장 중이며 4월 5일 재개장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로봇랜드는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Theme park)다. 테마파크란 넓은 지역에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걸맞은 오락 시설을 배치해 놓은 위락 단지를 말한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공원을 있어 보이게 부르는 표현으로 테마파크라고 한다지만 엄연히 따지면 둘은 별개의 개념이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나이에 맞지 않게 놀이공원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캐릭터 모자를 쓰고 공원을 누비며 아이가 된 것처럼 신나게 놀이기구를 즐기다 온다. 지금은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놀이공원에 시큰둥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는 함께 즐긴다는 핑계로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경주에 있는 테마파크를 자주 가곤 했다. 처음 로봇랜드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몹시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돝섬 가고파랜드가 문을 닫은 지 10년 만에 다시 마산지역에 테마파크가 생긴다니 놀이공원 마니아로서 두 손 들고 환영할 수밖에.

2019년 10월, 개장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가족과 로봇랜드를 찾았다. 유명 테마파크처럼 놀이기구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스릴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했다. 개장 초기라 그런지 로봇테마파크라기보다 놀이공원에 더 가까웠다. 나머지 두 번은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려고 방문했다. 가장 최근에 방문한 때가 지난해 11월이었다. 개장한 지 4년밖에 안됐지만 놀이기구와 시설 등은 색이 바랬고 낡아 보였다. 주로 영상과 VR을 이용한 로봇체험관은 여전히 놀이공원과 따로 노는 별개 구역 같았다. 퍼레이드는 로봇이라 우기는(?) 큰 인형만 있을 뿐 다른 놀이공원과 큰 차이점이 없었다. 명색이 로봇랜드라면서 공원 내를 돌아다니는 진짜 로봇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공항, 아니 식당만 가도 널린 게 로봇 아닌가.

지난 설 연휴, 일본 오사카에 있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다녀왔다. 아내는 온천 여행을 원했지만 지난해 태풍으로 못 간 한을 풀려고 아들과 함께 아내를 설득했다. 3인 입장권에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별도 탑승권까지 구매하니 비용이 꽤 많이 나왔다. 수많은 인파에 아내는 "사람 구경하려고 이렇게 돈을 많이 썼느냐?"며 투덜댔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테마파크를 즐기고 있었다. 개장 20년이 넘은 테마파크지만 놀이기구와 시설은 새것처럼 깨끗했다. 꼼꼼하게 잘 만들어진 시설물은 마치 영화나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기념품 가게에는 공원 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상품으로 가득했고 이 상품들은 관광객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양손을 무겁게 만들었다. 놀이기구도 좋았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022년 방문객 수 1235만 명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59만 명인 로봇랜드를 비교하는 것이 무리인 것은 당연하다. 경남로봇랜드재단은 위탁 운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캐릭터를 보강하고 테마파크 내 순환 열차 등을 만들어 재개장한다고 밝혔다. 신규 캐릭터도 기대되지만 한편으로 '또봇', '로보카 폴리' 같은 국내 로봇 캐릭터와 협업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로봇랜드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상품도 만든다면? '놀이공원'이 아닌 '테마파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손유진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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