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의 문턱을 알리는 경칩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처럼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개구리처럼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깨어나고 얼었던 땅이 녹아 따스한 봄날을 알리는 반가운 절기이다. 경칩에는 흙으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였으며, 고로쇠나무를 베어 수액을 마시기도 하였다. 또한 조선시대 연인들은 가을에 은행나무 열매를 구해두었다가, 경칩이 되면 은행나무 밑에서 열매를 나누고 주변을 돌며 사랑을 고백하였다고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초목의 싹이 돋아나면 우리의 마음도 설레게 되는 것처럼 조선시대 연인들 또한 우리와 똑같았을 것이다. 아무튼 경칩은 우리에게 설렘과 희망을 안겨주는 절기임은 분명하다.

경칩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경칩 이후 갓 나온 벌레나 풀이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말라는 금지령도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좀 다르지만 이 시기 특히 화재를 조심해야 한다. 산림청의 산불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96건이 발생, 최근 10년(2014~2023년)간 평균 567건보다 5%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에 발생한 산불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29%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 12%, 논·밭두렁 소각 10% 순이었다. 이맘때 농사를 준비하느라 아직 곳곳에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예방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다 산불로 번져 4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주의가 절실한 부분이다.

또 조선시대 <성종실록(成宗實錄)>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경칩을 전후하여 그동안 얼어있던 흙이 봄의 기운을 받아 깨어나면서 논에 인분을 뿌리고 밭을 갈기 시작하는 등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지금의 우리 농촌 또한 바빠지는 시기가 다가왔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농작업 때 안전사고 예방을 철저히 준비하라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농업 산업재해율이 0.81%로 전체 산업 평균 0.6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물이 깨어나고 땅의 기운이 살아나는 경칩을 맞아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존경하는 농민들의 마음에도 희망과 봄의 에너지가 가득하길 바란다.

/전명환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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