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단계한옥마을 부근 '고요 펜션'
공간 운영자 김정근 촬영감독
150여년 된 한옥 고택을 숙소로 만들어
"고요함 속 진정한 휴식 취하다 가세요"

산청 고요 펜션에 방문자들이 머물고 있다./고요 펜션
산청 고요 펜션에 방문자들이 머물고 있다./고요 펜션

'촌캉스'. 촌(村)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말로 시골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한다. 요즘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올 듯한 한적한 시골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산청에 촌캉스를 보낼 수 있는 멋진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장승배기생태공원과 단계한옥마을 부근에 위치한 '고요펜션'이다. 실제 둘러보니 각 건물이 미음 자로 서 있는 구조와 세월감 있는 대청마루가 예사롭지 않다. 150여 년 전에 지어진 한옥이라고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손님을 맞으러 나온 사장에게서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그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주로 촬영하는 김정근(59) 감독이다. 

◇시골에서 발견한 진정한 '쉼' = 그는 1999년도 진주 MBC(현 MBC경남)에 입사해 쉰 살이 될 때까지 일했다. 이후엔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관훈언론상,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부문 촬영상 등을 받았다. 특히 자연을 많이 촬영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리산 반달곰을 찍은 것도 그였다. 그 외에 꿀벌, 섬진강, 지리산, 낙동강 등을 주제로 한 각종 다큐멘터리에도 참여했다. 

고요펜션 공간도 원래는 보기 힘든 여름 철새 후투티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고 찾았던 곳이다. 김 감독은 처음 본 오래된 고택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매료됐다. 당시 집에 살고 있던 제보자한테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몇 달이 흐르고 그에게서 이 집에서 살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김 감독은 그때부터 도시를 떠나 처음으로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닭장도 짓고, 아궁이도 만들고 군데군데 무너지는 곳을 수리하며 집에 정성을 들였다.

이 곳에서 살아보니 주위가 참 조용했고, 비바람 소리, 닭 우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만 들려왔다. 마당에 두꺼비가 왔다 갔다 하거나 가끔 뱀도 허물을 벗어 놓는다. 김 감독은 이런 일상에서 진정한 '쉼'을 느꼈다.

"여기는 제게 쉼터예요. 자연과 가깝게 사는 게 좋더라구요. 어차피 사람도 자연의 일부니까요."

촬영 현장에서 김정근 감독./김정근 김독
촬영 현장에서 김정근 감독./김정근 김독
김 감독이 닭이 아침에 낳은 달걀을 보여주고 있다./백솔빈 기자
김 감독이 닭이 아침에 낳은 달걀을 보여주고 있다./백솔빈 기자

◇불편함을 느껴보세요 = 그가 사람들에게 집을 내어주게 된 이유는 일 때문이다. 촬영 감독 일은 직업 특성상 한 달, 길게는 몇 개월간 집을 비워야 한다. 김 감독은 시골집에 사람이 없으면 집이 순식간에 망가진다는 걸 알게 됐다. 며칠 비운 사이 마당에 풀도 무성히 자라고 집안엔 온갖 벌레들과 거미줄이 가득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손님을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80% 이상이 20~30대다. 이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살아본 적 없다. 방문자들은 고요 펜션에서 흙담을 보고, 아궁이에 직접 불을 때는 일상을 살며 쉬다 간다. 어느 방문자가 남긴 글을 보자. 

"일상에 찌들어 있다 이곳에 머물다 간다. 평소보다 5시간이나 더 잤다. 집에서도 정작 제대로 쉬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고요 펜션./고요 펜션
고요 펜션./고요 펜션
산청 고요 펜션 마당에 나온 닭들./김정근 감독
산청 고요 펜션 마당에 나온 닭들./김정근 감독

반면, 이 공간이 불편하다거나 더럽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는 공간이란 걸 김 감독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는 '불편한 낯섦'을 견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이곳에서 불편함을 느끼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편함을 체험해 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요?"

김정근 감독은 여건이 된다면, 앞으로도 옛 빈집을 찾아 사람이 드나드는 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산청 고요펜션 정보는 에어비앤비나 인스타그램(@sancheong_goy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솔빈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