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영향 준다는 말 같잖은 이유
입틀막 정권 하수인 전락한 방송

KBS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무산시켰다. 김의철 사장을 해임하고 박민 사장이 임명된 뒤 정권을 조금이라도 비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보직 인사를 발령하더니 이젠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까지 건드린다.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유다. 다큐멘터리 방영 예정일은 4월 18일인데, 총선에 어떻게 영향이 간단 말인가? 그걸 보고 분노한 사람들이 박근혜 퇴진 투쟁처럼 시위라도 일으켜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라도 다 끌어내린단 말인가? 그렇게라도 됐으면 좋겠다.

하기야, 현 집권당이 집권하던 당시에 일어났던 일이니 얼마나 지우고 싶겠는가. 세월호 참사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구조하지 않아 304명이 수장된 대형 인재다. 게다가 주범들도 하나도 처벌받지 않았지 않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뇌물죄로 교도소에 갔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처벌 받은 바는 없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해양경찰(해경) 지휘부 10명도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조그만 해경 123정 몰던 김경일 정장 빼고는 정부 차원에서 처벌받은 자가 한 명도 없다.

10년 동안 유족들의 피 말려 놓고, 주범들도 다 풀어줬는데, 다큐멘터리가 또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짜증 나고 없애버리고 싶겠는가?

이제 다 끝나가는 일에 KBS의 양심적 제작자들이 등불을 밝히려 하니 KBS 사장을 바꿔 그 불을 꺼트리려는 제멋대로 정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이태원에서 저지른 짓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관심이 같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윤석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 했던 것 그대로 보고 배워,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도 날려주시고, 이상민 장관도 지켜주시고, 이하 공무원·경찰 재판도 질질 끌고 있다.

아!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이다. 나는 K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세월호 10주기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를 제 날짜에 보고 싶다. 참고로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당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유가영 씨가 쓴 에세이 제목이다.

"죽음이라는 파도가 우리를 갈라놓았고 저는 뭍으로 밀려나왔습니다. 그렇게 된 이상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책의 한 대목이다. 나는 가영 씨와 같은 나이의 청년으로 한 장, 한 장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과연 다큐멘터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우리는 4월에 잠깐 시청하는 것이지만, 유가족들은 지난 10년을 살아내고 투쟁해 온 시간을 압축해서,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을 것이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것을 가족과, 친구와, 또는 홀로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우리가 모두 살아가야 할 사회와, 그 속의 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사람들이 소통하고 토론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사회를 전반적으로 퇴행시키는 반동적 폭력이다. 출판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자유를 들먹거리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각본 짜서 파우치 대담할 자유가 있고, 세월호 유가족은 자신의 경험을 말할 자유가 없는가? 우리는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할 자유가 없는가? 누구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다수의 자유를 박탈하는가?

/이효정 청년노동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